■ 진행 : 김대근 앵커
■ 출연 :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구성 : 손민정 작가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인용 시 [YTN 뉴스라이더] 명시해주시기 바랍니다.
[앵커]
요즘 연말에 받은 건강검진 결과지 받아보고 새해에는 건강 좀 챙겨야겠다 생각하시는 분들 계실 텐데요. 당연히 건강 신경 써야죠.그런데 과하게 걱정하는 경우도 있어서요. 이런 경우는 오히려 병을 만들 수도 있다고 합니다. 한국인의 '건강 염려'가 세계에서 가장 높다는 조사 결과도 나와 눈길을 끌고 있는데요. 그래서 오늘은 건강 염려증에 대해 얘기해 보겠습니다.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백종우 교수와 함께하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저도 건강검진 결과 받아보고 올해는 좀 더 더 신경 써야겠다. 예전에는 없던 얘기들이 적혀있네, 이런 생각이 좀 들더라고요. 많은 분들이 그런 생각 하시면서 건강 걱정하시는 분들도 계실 텐데 이게 심하다 싶은 경우가 있나 봐요. 건강 염려증이라는 얘기가 있더라고요.
[백종우]
건강염려증은 질환입니다. 그것도 실제로는 질환이 없는데 본인은 질환이 있다고 강력히 믿고 불안해하는 정신과 질환이고요. 미국 진단체계에서는 이것을 질병 불안장애. 질병에 걸렸다고 불안해하는 장애인데 이게 생각보다 많습니다. 사실 우리나라 건강보험 통계에서는 이것만 가지고 청구하는 비율이 낮아서 많이 안 나오는데 어느 나라나 전체 인구의 한 5% 정도 얘기니까 꽤 많습니다.
[앵커]
꽤 많은 사람들이 실제로 자기가 병이 없는데도 병이 있는 것 아닌가 하고 심각하게 염려하는 경우가 있다는 말씀이신데, 이게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백종우]
사실 건강에 대한 염려, 불안은 필요하기도 합니다. 우리가 코로나 3년 동안 코로나 걸릴까 봐 불안해서 마스크도 쓰고 손도 씻고 이게 순기능이죠, 불안의. 그것 때문에 건강검진을 받아서 질환을 조기에 발견하기도 하는데 그 불안이 과도해서 나는 질환이 있다, 이렇게 믿게 되면 그것 때문에 불필요하게 검사를 반복하고 가족들이랑 갈등만 커지고 본인도 고통받는 이런 질환 수준의 상황이 벌어집니다.
[앵커]
그런데 이게 사실 내가 혹시 이런 병에 걸린 것 아닐까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많을 수 있거든요. 말씀하신 것처럼 이게 질병불안장애라는 질병으로 분류될 정도의 수준. 진짜 건강염려증이다, 이렇게 할 만한 그런 기준이 있을 것 같아요.
[백종우]
저희도 기침을 하거나 무슨 증상이 있으면 안 좋은 것 아니야? 그래서 병원을 가서 검사를 받고 주치의가 정상이다 이렇게 설명을 해 주면 대부분의 분들은 걱정하다가 안심이 되시잖아요. 다행이다, 괜찮다고 하는구나. 그런데 건강 염려증이 있으신 분들은 더 불안해집니다. 이거 병이 분명히 있는데 또 못 찾았구나. 그래서 바로 다른 병원으로 가세요. 이것을 닥터 쇼핑이라고 하는데, 여러 병원을 전전하면서 불필요한 검사를 반복하죠. 반복하면 가족들은 왜 그러냐, 괜찮다는데. 왜 또 하려고 하냐. 여기서 또 갈등이 생기고. 아무도 나를 안 믿어주는구나. 더 외롭고 불안하니까 또 더 집착하게 되는 이런 악순환에 빠지는 상태가 건강 염려증, 질병불안장애입니다.
[앵커]
이게 진단 기준 같은 게 있습니까?
[백종우]
진단 기준이 질병불안장애 같으면 실제로 증상은 경미하거나 없어야 되고요. 그래서 그런 데 대해서는 또 정확한 검사를 꼭 필요한 만큼만 해야 됩니다. 그런데 본인은 병이 있다고 믿고 있어야 되고요. 그것 때문에 고통을 상당히, 6개월 이상 반복해야 되는데 보통 이게 젊은 때부터 이런 경향이 생기죠. 그런데 대개 문제가 되고 병원에 오는 나이는 한 40~50대 이후가 됩니다. 사실은 이게 불안하고 우울한 분들인데, 이걸 말로 믿을 수 있는 사람과 소통을 해야 되는데 못 하고 몸으로 또는 내가 질병이 있다, 이렇게 믿고 소통하게 되는 경우가 되겠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질병이 있는 것으로 의심된다. 그러니까 나 어떤 증상이 있는데 이게 어떤 질병인 것 같아라고 스스로 생각을 하고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았지만 그 질병이 아니다라고 했는데도 못 믿는 거죠? 여기저기 다녀요. 그렇게 시간이 오래 걸려요. 그러다 보면 왜 내 말을 또 안 믿어주지 이러면서 더 감정이 상하기도 하고 악순환이 반복되겠군요?
[백종우]
거기다가 이거 그렇게까지 집착하고 불안해하면 주변에서 정신과에 한번 가봐라, 그렇게 얘기하면 뭐야? 나를 미쳤다고 보는 거야? 이렇게까지 오해를 하면서 더 주변의 도움을 거절하게 되고, 고립되게 되는 게 이 질환의 고통입니다.
[앵커]
그렇군요. 그러면 내가 건강염려증이 있는 건가? 이것부터도 조금 애매하다 싶은 분들도 계실 것 같아요. 이럴 때 어떻게 해야 됩니까?
[백종우]
맞습니다. 건강에 대한 염려, 필요한 거죠. 그래서 어떻게 보면 나쁜 것, 질환을 조기에 발견해서 찾는 것은 굉장히 바람직한 겁니다. 그래서 의사와의 상담을 통해서 적절한 검진을 받아서 없다고 그러면 안심하고 이게 순기능인 건데, 이게 안 되고 자꾸 그 질환에 대한 걱정에 몰입하게 되면 거꾸로 건강이랑 점점 멀어지게 되거든요. 대개는 이래서 연구 결과들도 있는데요. 오히려 일상적인 시기에는 불안이 조금 높은 분들이 더 오래 삽니다. 질병을 걱정도 하고 준비도 하고 검진도 받으니까. 그런데 스웨덴에서 진행된 연구를 보면 건강염려증이 있는 군은 오히려 더 빨리 사망합니다. 그것을 왜 그런가 하고 따져봤더니 그 질환을 걱정하느라고 건강한 생활습관은 다 놓치고 본인이 스트레스만 더 받고. 그래서 길게 보면 건강에 더 안 좋게 되더라는 겁니다.
[앵커]
어느 정도 걱정이 있는 것은 미리 질병도 예방할 수 있고 건강하게 사는 데 도움이 되는데 지나치게 걱정 많은 분들은 다른 데 오히려 신경을 못 쓰면서 오히려 수명이 줄어들 수 있다?
[백종우]
실제 건강염려증으로 진료실에 오시는 분 중에서 우리가 흔히 건강한 생활습관인 일주일에 세 번 이상 땀나게 운동도 하고 햇볕도 보고 좋은 사람 만나고 이런 것은 다 뒤로 가 있는 거죠. 그리고 이 질병이 있는 것 아니냐를 찾고 검색해보고 병원에 가고 또 검사하고. 그것 때문에 너무 괴로워하고. 거기에 내 모든 생활이 가 있다면 오히려 건강을 잃을 위험이 높아지는 거죠.
[앵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보니까 다른 나라에 비해서 기대수명도 높은 편이라고요. 그런데 건강에 대한 걱정도 많고 스스로 건강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비율이 높다고 하더라고요.
[백종우]
저도 그 자료를 보고 굉장히 충격을 받았습니다. 건강에 대한 염려도 되게 높았고 우리가 다른 나라에 비해서 가족들과 이야기하면서 행복을 느끼는 비율이 최하더라고요. 덴마크 같은 데 비하면 3분의 1이더라고요. 그래서 그게 집에 대한 조사였는데 우리가 너무 많이 일하고 있는 것 아닌가. 낮에 과로하고 일에 몰두하다 보니까 집은 쉬는 데가 되고, 그리고 너무 피곤하니까 잠만 자고 싶고. 그다음에 나도 좀 건강이 좋지 못한 게 아닌가. 그래서 건강에 대한 염려가 더 많은 나라가 되지 않았나. 물론 거기에는 여러 가지 정보가 또 요즘에는 인터넷이나 SNS에 넘치다 보니까 그 영향도 클 것 같습니다.
[앵커]
우리가 근로시간이 길다고 하잖아요. 그러니까 일을 너무 많이 하다 보니까 오히려 나 건강에 안 좋은 영향을 지금 미치고 있을 거야, 이런 생각도 더 강해질 수 있겠네요?
[백종우]
네, 그렇게 과로하고 못 자는 것을 지금 피할 수 없는 환경에 많은 분들이 계시는데 저희 몸 걱정이 될 수 있는 거죠.
[앵커]
그리고 말씀하신 것처럼 요즘에 인터넷을 통해서 정보가 많이 공유가 되는데 물론 그게 긍정적인 면도 있습니다마는 잘못된 정보라든가 잘못 해석하는 경우도 있어서 질병을 오해하는 경우도 있을 것 같아요.
[백종우]
물론입니다. 그런 인터넷을 통해서 굉장히 고급 정도에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장점도 크고요. 저희가 의과대학 2학년 때 임상에 대해서 학교에서 배우기 시작하거든요. 그 1년 동안은 내가 다 이 병 같습니다. 그래서 실제 병원에 찾아가서, 20대거든요, 그게. 20대 초반에도 저 심장 검사 좀 받아야 될 것 같습니다. 부정맥 같아요. 좀 불안한 건데. 이런 학생들이 꼭 있거든요. 때로는 너무나 정보나 과잉이면 우리가 때로는 모르는 것보다도 내가 이 병이 아닐까, 과도한 걱정이 건강을 해칠 수도 있습니다.
[앵커]
의사 선생님들도 처음에 의대에서 공부하실 때는 그런 과정을 겪으시는군요.
[백종우]
그날 들은 병은 다 제 병 같습니다.
[앵커]
그러면 내가 건강염려증일 수도 있겠다 싶은 분들 계실 거잖아요. 병원에서는 다 괜찮다고 하는데 나는 계속 의심스럽고, 의사 선생님 말도 믿을 수가 없다, 이런 생각 드시는 분들. 그러면 지금 말씀을 쭉 들어보면 이것 자체가 건강염려증, 일종의 질환일 수도 있는 건데 이런 경우 어떻게 해야 될까요?
[백종우]
사실 이분들은 본인이 원해서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을 받는 비율은 굉장히 낮습니다. 가족이나 오히려 주치의 의사 선생님의 권유를 받아서 오시는데 첫날 오시면 저는 꼭 이렇게 물어보는데, 원해서 오셨어요? 거의 99%는 싫은데 오신 거죠. 그리고 제일 두려워하는 것은 내가 제정신이 아니다, 이런 오해를 받을까 봐 두려워하거든요. 얘기 들어보고 그런데 이건 꾀병이 아니다. 실제 본인은 괴로워하는 거거든요.
꾀병은 병이 없는데 이걸 자기가 지어내는 거죠, 아프다고. 건강염려증은 실제로 고통스럽고 또 신체적으로 증상이 표현되는 거거든요. 굉장히 고통스러운 거다. 그리고 오히려 그런 마음 때문에 정신과에 첫발을 내딛는 게 굉장히 어렵다, 그러면 그때 마음이 공감이 돼야 그다음부터 치료를 받으려고 하시고 건강염려증이 기본적으로는 불신의 병입니다. 의료진을 못 믿어요.
나는 병이 있다고 믿기 때문에 여기서 정상이라고 그러면 다른 데로 가야겠다, 이렇게 생각을 하거든요.
그래서 믿을 수 있는 주치의와 오래. 검사를 반복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불안과 우울을 다스릴 수 있는 힘을 키워야 좋아지거든요. 그래서 꾸준히 다니고 심하게 약물치료도 받고 하면 건강염려증 좋아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다른 병원에 가시려고 하는 분한테는 제가 뭐라고 그러냐면 이건 마음의 준비가 되면 오셔도 된다. 왜냐? 이거 지금 치료 안 받는다고 큰일 안 난다. 고통스러울 뿐이니까. 마음의 준비가 되고 믿을 수 있는 의사한테 오래 다니시는 게 최선이다라고 말씀드립니다.
[앵커]
정신과에 건강염려증 아닌가 하고 상담을 받으러 오셨다가도 아니야. 나 실제로 몸이 아픈 것 같아. 다른 병원에 가서 다시 진단을 받으려고 하시는 분들이 계시는군요?
[백종우]
많죠. 그리고 정신과 의사가 제일 최악의 경우가 그때 실제 신체 질환이 있는데 놓치면 그것이야말로 멱살 잡히고 소송당할 수 있지 않습니까? 때로는 적극적으로 정밀검사를 하는 것도 필요하고. 그다음에 신뢰 관계를 맺어서 꾸준히 치료하면 건강염려도 충분히 좋아질 수 있습니다.
[앵커]
교수님, 계속 말씀해오신 게 건강에 대한 신경 쓰고 자기 뭔가 증상이 있는 것 같으면 병원 가서 검사도 받아보고 이건 중요하다는 말씀이신 거잖아요. 그런데 다만 너무 과로하고 그리고 또 정보가 홍수처럼 넘치다 보니까 왜곡해서 해석하는 경우에 걱정이 커져서 이게 오히려 안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을 해 주셨는데 뭐든 적당한 게 좋다고 하는데 적정한 선을 찾는 게 어려울 것 같아요.
[백종우]
어렵죠. 그런데 결국 나쁜 것, 그러니까 질환을 조기에 발견해서 빨리 대처하겠다. 이것은 순기능이 있고, 그다음에 좋은 것, 좋은 습관을 늘려가는 것에 순기능이 있는데 내가 오늘 건강하다면 그 하루에 감사하고, 나한테 도움이 될 수 있는, 할 수 있는 것들. 오늘 하루에 운동을 하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고 나의 불안과 스트레스를 믿을 수 있는 사람과 털어놓고. 이게 미래의 건강을 오늘 유지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앵커]
교수님, 마지막으로 건강염려증이다 해서 병원에 가서 상담을 받아보는 게 좋은 경우들이 있잖아요. 그 경우 기준을 다시 한 번 정리를 해 주시죠.
[백종우]
여러 병원을 다녔는데도 불구하고 의사가 정상이라는데 안심이 안 되고 더 불안해지고 더 검사를 받아보고 싶고 주변에서 이런 나의 마음을 알아주지 않고 오히려 갈등만 커지고 있다면 나 스스로 이걸 극복하고 이용하겠다는 결심을 하고 정신건강의학과나 문을 또는 상담의 문을 두드려보시면 좋겠습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건강염려증은 불신의 병이다, 이렇게 말씀해 주셨는데요. 의료진을 믿고 한번 상담을 받아보는 것도 좋겠다는 조언이셨습니다. 지금까지 경희대 정신건강의학과의 백종우 교수와 함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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