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라디오 YTN]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24년 08월 24일 (토요일)
■ 진행 : 최휘 아나운서
■ 대담 :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최휘 > 한 주간 뉴스를 꼭꼭 씹어보는 시간, 미디어 비평입니다. 오늘은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과 전화연결 되어있습니다. 안녕하세요.
◆ 김언경 > 네 안녕하세요.
◇ 최휘 > 오늘은 간만에 좋은 보도들을 좀 묶어서 전해주신다고요.
◆ 김언경 > 네 제가 미디어인권연구소 뭉클로 일하기 시작하면서, 이제는 뭔가 보도를 지적하기보다는 좋은 보도, 뭉클한 보도를 큐레이션해서 전해드리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하곤 했는데요. 사실 그런 일이 별로 없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작정하고 그런 이슈들을 모아봤습니다. 사실 이 보도들도 내용은 참 화가 나는 안타까운 내용입니다. 그런데 이런 보도들이 세상을 바꿔나갈 수 있으리라 믿고,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저도 작은 돌탑에 아주 작은 돌멩이 하나를 올리는 기분으로 오늘 방송을 준비했습니다.
◇ 최휘 > 네 저도 기대가 됩니다. 어떤 이슈인가요?
◆ 김언경 > 학교 급식. 그러니까 우리 아이들의 밥을 해주시는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급식 노동자라고 우리가 부르죠. 이분들의 노동권 관련해 좋은 보도들을 쭉 모아봤습니다. 이 이슈를 보기 시작한 이유는 최근에 한겨레21에서 집중 보도한 한 보도 때문인데요. 경력 10년인 서울의 과밀 초등학교의 영양교사께서 학부모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고 합니다. 제가 한번 읽어볼게요. “(학부모가 전화로) ‘선생님, 이런 식으로 하면 국민신문고에 신고하겠다’고 화를 내요. 학원 가면 면은 빨리 배고파지는데 왜 면 줬냐고. 흰밥도 같이 제공했다고 했더니 ‘면 주면 누가 밥 먹어요?’ 이렇게 또 화내요. 식재료 반출한 거 아니냐. 돈 어디다 쓰는 거 아니냐. 방사능 불안한데 수산물 왜 썼냐고 교장실 찾아가겠다고 하고. 대량급식은 맛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 1500명 입맛이 다 다르니까 저희는 죄인이에요. 급식 만족도 조사 날은 폭언 때문에 펑펑 울어요. ‘머리 좀 쓰면서 일하세요.’ ‘식중독으로 신고하려다 참았다.’ ‘애가 맛없단다.’ 저는 정신과 다니면서 우울증 약 먹고 병가도 냈거든요.” 이런 이야기를 하십니다.
◇ 최휘 > 작년이었죠. 교사들이 학부모의 각종 민원으로 엄청난 고통을 받고 있다는 걸 경험했는데 이게 급식노동자, 영양교사, 영양사 분들도 예외는 아니었네요.
◆ 김언경 > 그렇죠. 우리 아이들의 밥을 해주시는 급식 노동자들은 "여사님"이라고 불립니다. 왜냐하면 연배가 이제 아주 젊으신 분들이 보통 40대고요. 50대 이상의 연배들이 많으세요. 그러다 보니까 존중하는 의미로 여사님이라고 부르기는 하는데 사실 존중하는 태도는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이분들은 이렇게 정신적으로 괴롭히지 않아도 너무너무 위험하고 괴로운 노동 환경에서 우리 아이들의 먹을거리를 담당해 주시고 있습니다. 처우는 열악하고 일은 고되고 위험한데 또 정신적으로 저런 갑질을 당한다고 하니까 일터에서 떠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고요. 그러다 보니 또 충원은 되지 않고 있더라고요. 이 내용은 <한겨레21>에서 보도한 것인데요. 지난 7월 30일에 보도된 것인데. 기자가 학교 급식 현장을 진짜 왜 사람들이 떠나는지 직접 확인해 보기 위해서 서울 서대문구의 한 과밀 초등학교와 서초구의 한 과밀 초등학교에 직접 취업을 해본 거예요. 그러니까 조리실무사 일일 대체근로자로 일을 해 봤대요. 그래서 현장을 체험 관찰 취재를 했다고 합니다. 만약에 취재 허락을 받은 뒤에 현장에서 근무를 하게 되면 업무상 배려를 받거나 실체를 제대로 확인할 수 없는 한계가 있을 것 같아서 기자임을 밝히지 않고 일종의 위장 취업이라고 볼 수 있죠. 그렇게 취업을 해서 취재를 한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기자가 정말 고생을 많이 한 것으로 보여요. 이 글을 보면 생생하게 정말 초보로 일을 했으니까 얼마나 더 힘들었겠어요? 그렇게 생생한 고생한 이야기들이 들어있습니다.
◇ 최휘 > 위장 취업을 해서 취재를 어렵게 한 거군요. 그렇게 해서 기자가 직접 경험한 이야기 전해주실까요?
◆ 김언경 > 기자가 대체근로로 일 해본 급식실에서 한 여사님은 얼굴과 위생복에는 땀이 흥건하고 세제와 음식 잔여물이 둥둥 떠다니는 그 세척통에서 냄새가 막 올라오고 있는데 면을 한 주먹 정도 담아가지고 면을 후루룩 욱여넣으며 점심을 대신했다고 합니다. 밥을 먹을 시간이 없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물론 식사 시간이 따로 있기는 하대요. 그런데 그때까지 한참 지나야 하니까 사실은 그 이전에는 밥을 먹을 시간이 없는 거예요. 그리고 이들은 모든 급식이 끝난 후에 학생과 교사들이 먹고 남은 음식들을 먹게 된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학부모들의 민원에 입길이 오를까 봐 눈치까지 보면서 먹어야 하고요. 학생들에게 배식에 불만이 생기면 급식 노동자들이 자신들 먹으려고 음식을 빼돌리기라도 한 것처럼 그렇게 민원이 막 생기곤 한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까 먹는 것에 굉장히 좀 서러움 같은 이런 게 생긴다고 해요. 그리고 여사님들의 노동 강도가 정말 엄청난데요. 출근 시간은 아침 7시 30분 정도고 일을 시작한 지 10분만 지나도 속옷까지 땀에 다 젖기 때문에 작업복이라고 하는 위생복 안에는 아무것도 입지 말라고 한답니다. 장화를 신고 장갑, 토시, 위생모, 앞치마를 착용하고요. 이렇게 더위와의 싸움은 정말 완전 기본이고요. 워낙 대량의 식사를 준비하게 되기 때문에 우리가 생각하기에 간단한 음식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양이 워낙 많잖아요. 그러니까 모든 과정이 다 노동 강도가 높아지는 겁니다. 예를 들어서 소스를 만드는 것 그거 되게 간단해 보이지만 인천대 노동과학연구소 장안석 연구원이 쓴 ‘학교급식실 노동자 작업 조건 실태 및 육체적 작업부하 평가 ’ 보고서에 따르면 급식실에서 소스를 만드는 것 하나만 보더라도 아래가 눌어붙지 않게 골고루 잘 저어주는 그 삽질의 노동 강도가 시속 8km를 달리는 고강도 운동보다 세고요. 그리고 장비 착용 상태에서 호스를 운반하거나 벽을 허무는 소방관의 노동에 약간 못 미치는 정도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굉장히 고강도 노동이라고 볼 수 있고요. 이렇게 고된 일을 하고 계신데 이들이 이제 물이라도 좀, 시원한 물을 마실 수 있으면 좋은데 급식실 내에 시원한 물을 마실 수 있는 그러니까 냉수 정수기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래요. 아주 간혹 가다가 정말 요청을 해서 학교에서 예산이 허용되면 사주는 곳이 있기는 한데 대부분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수돗물을 끓여서 아침에 출근해서 끓여서 식혀가지고 그거를 드신다고 합니다. 이거 그냥 사드리면 되는데 ‘이게 예산이 왜 안 되나.’ 이런 생각이 막 드는데. 저는 한마디로 거기까지는 어떤 생각이 안 미치는 건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한마디로 극한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최휘 > 영양사나 영양교사, 조리사분들을 보호할 조치는 전혀 없는 건가요?
◆ 김언경 > <한겨레21> 보도가 최근 보도거든요. 그런데 <한겨레21> 보도에 따르면 없는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이 보도에서는 학부모가 학교급식실에 민원을 넣는 방법은 너무 쉽다고 합니다. 그냥 학교 전화번호로 전화를 하면 다 알려준다고 하고요. 급식실로 그냥 돌려준다고 하고요. 지역 커뮤니티나 맘카페에서도 어렵지 않게 교육청 급식담당자 연락처에 더해서 그 민원을 넣는 방법이나 학교 급식에 대한 여론을 조성하는 글을 찾아볼 수 있다고 해요. 안희정 서울 중등영양교사회 회장의 인터뷰 내용을 보면 정말 우리가 고민해야 할 지점을 많이 말씀하시는데요. 이렇게 얘기해요. ‘10년 전에 비해서 정말 많은 요구가 생겼습니다.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면서 채식을 도입하면서 학부모와 소통하면서 가공품 말고 수제로 만들어서 아이들의 건강권을 챙겨주면서 입맛을 잘 만족시키면서 상반된 이야기들을 한꺼번에 요구하죠.’ 이렇게 말씀하시거든요. 그러니까 정말 입이 천 개면 천 개의 요구가 나오는 것 같아요. 한 초등학교 경력 20년 이상의 영양교사의 말씀도 그야말로 뼈 때리는 지적인데요. ‘존중이 없는 거. 교육이 없는 거. 저는 그게 급식실 문제의 본질이라고 생각합니다. 꼭 감사해야 할 필요는 없죠. 그런데 옛날에는 저희 영양교사들이 오히려 조리 실무사님들한테 요리를 배울 정도로 정말 요리를 잘하고 아이들 밥 먹는 게 예뻐서 열심히 만드는 그런 분이 많았어요. 그런데 지금은 그런 분들이 점점 다 떠났어요. 제발 좀 우리 급식을 존중하고 믿어달라고 꼭 부탁드리고 싶어요.’ 이렇게 말씀을 하셨습니다. 저는 <한겨레21>의 이 보도를 통해서 2024년 급식 노동자의 현실을 볼 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사실은 저는 정말 급식 노동자의 노동 환경이 많이 개선되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이분들 노동 환경에 대한 보도가 이게 처음이 아니거든요. 그동안 좋은 보도들이 여럿 있었기 때문에 어쩌면 기자들도 이 이슈에 대해서는 별로 더 추가로 할 게 없을 거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어요. 그런데 다시 2024년에 현장에 가보니까 이렇게 여전히 문제는 존재하고 거기에 오히려 이런 감정노동까지 더해지고 있다는 것이 드러난 것이죠.
◇ 최휘 > 네. 그럼 그동안 좋았던 보도들을 조금 더 살펴볼까요?
◆ 김언경 > 2021년 YTN 보도인데요. 이거는 방송기자연합회가 주는 한국방송기자대상 기획보도 부문의 수상작입니다. YTN 김대겸 기자의 <죽음의 급식실 조리흄과 폐암 발병> 연속보도입니다. 당시에 기자의 후기를 보면 급식실 노동자들 중에서 폐암 환자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 당시에 보도가 나오고 있었고, 그들의 고통이 너무 심각한 상황임에도 자신은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교육당국의 잘못된 공식을 이 기자분이 제대로 풀어내고 싶다는 생각에서 취재를 결심했다고 합니다. 2021년 2월에 마침 근로복지공단이 폐암에 걸려서 숨진 50대 노동자에 대해서, 급식 노동자예요. 이분에 대해서 처음으로 산업재해를 인정했었고, 폐암 발병 원인으로 열악한 급식실 환경과 ‘조리흄’이라는 발암물질이 지목된 점에 주목을 했습니다. ‘조리흄’이라는 것은 기름을 이용한 고온의 조리 과정에서 나오는 나노미터 크기의 미세한 입자의 발암물질을 말합니다. 그런데 이 입자 크기만으로도 1급 발암물질인 미세먼지보다 유해하고요. 장기간 노출 시에는 그 위험성이 배가 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교육당국은 당시에 조리흄에 대한 국내 연구가 거의 없고 측정 방법도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는 이유로 손을 놓고 있었습니다. 급식실 조리 과정에서 조리흄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서 YTN에서는 전문 업체를 섭외해서 정밀 측정을 진행했어요. 그래서 실험 결과 초미세 입자 크기의 기름 분진이 기준치보다 18배 이상 높게 나오는 것을 촬영을 했고요. 조리흄의 핵심 구성 물질인 초미세 기름 분진을 측정해냄으로써 조리흄의 발생 사실을 간접적으로 입증해낼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여러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서 조리의 유해성과 잘 알려지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도 깊이 설명을 하는 보도였어요. 부족한 부분은 여러 해외 논문들을 찾아서 보충하기도 했습니다. 코로나19를 이유로 절대 공개하지 않았던 급식실의 내부 환경, 노동자들로부터 받은 영상 제보 이런 것들을 받아서 열악한 급식 환경을 낱낱이 보도하는 그런 보도였어요. 이처럼 YTN의 보도가 다른 언론사들이 지나쳤던 그런 문제점을 다시 끄집어내서 면밀하게 다뤘어요. 그래서 국내에서 연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조리흄이라는 발암물질의 정의를 전문가 인터뷰와 해외 논문을 통해서 깊이 있게 보도했다는 점에서 굉장히 칭찬을 받았습니다. 특히 YTN 취재진은 이 영상 촬영뿐 아니라 노동자로부터 제보를 받아서 급식실 내부를 가감 없이 보도했다는 것, 그리고 언론사 최초로 조리흄을 보여주기 위해서 정밀 측정을 했다는 점, 특히 이 개념이 굉장히 설명하기 어려운 개념들이었거든요. 근데 이거를 그래픽을 이용해서 굉장히 보기 좋게 시청자의 이해를 높였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바 있습니다. 그리고 해당 보도 이후에 교육부가 전수조사에 나섰고요.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해서 집단 산재 신청 절차에 도움을 주는 등 이 보도가 많은 변화로 이어지게 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었습니다.
◇ 최휘 > 하나의 기사가 이렇게 긍정적인 효과를 이끌어 냈었는데. 저도 이 보도를 본 기억이 납니다. 또 마지막으로 해주실 이야기 있을까요?
◆ 김언경 > 비단 초중고의 급식뿐 아니라요. 대량 급식의 경우에도 비슷한 문제가 늘 발생하더라고요. 올해 4월 한겨레 보도 <대학 ‘천원의 식사’ 인기 이면엔…‘1인 200식’ 조리 노동자 골병>에서는 서울대 급식 사례를 들고 있어요. 서울대에서 1천 원짜리 단체 급식이 굉장히 유행이라고 합니다. 너무 인기가 좋겠죠. 당연히 그래서 아침에는 800명, 점심에는 1600명이 이 음식을 먹는대요. 그런데 이 음식을 만드는 사람들이 정말 이제 죽어나는 그런 노동을 하게 되는 거죠. 그런데 이게 넉넉한 인원이 이 음식을 만들 수 있으면 괜찮을 텐데 천원으로 이런 음식을 만들려면 당연히 노동자를 쥐어 짤 수밖에 없잖아요. 그러니까 계속 힘들겠죠. 그러니까 우리가 계속 뭔가를 깎으려고 할 때 비용이 제대로 지불되면서 하면 되는데 사람을 정말 갈아 넣는 방식으로 그렇게 천원의 음식을 준다면 이거는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거든요. 어느 곳이든 안정적인 사업이 되려면 결국은 조리 노동자의 작업 환경이 안정적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낮은 임금과 고강도 노동으로 일할 사람을 찾기는 점점 어려워질 수밖에 없을 것이고 이렇게 사람을 갈아 넣는 식의 노동은 다시 생각해 봐야 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초중고등학생의 급식은 저희가 제가 보기에는 우리나라는 되돌릴 수 없어요. 너무 좋잖아요. 급식해주는 게 그리고 너무 안전하고 진짜 우리나라 급식은 정말 사람들이 너무 부러워하고 있거든요. 그렇다면 우리 급식 노동자들에 대해서 진짜 존중하고 그분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게 그렇게 우리 언론이 앞으로도 조금 더 관심을 갖고 제도가 개선되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 최휘 > 우리 소중한 아이들의 먹을거리를 만들어주는 분들이잖아요. 존중과 신뢰로 감사의 마음을 좀 보내드리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김언경 > 감사합니다.
◇ 최휘 > 지금까지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이었습니다.
YTN 장정우 (jwjang@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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