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라디오 YTN]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24년 09월 21일 (토요일)
■ 진행 : 최휘 아나운서
■ 대담 :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최휘 아나운서(이하 최휘) : 한 주간 뉴스를 꼭꼭 씹어보는 시간, 미디어 비평입니다. 오늘은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과 전화연결 되어있습니다. 안녕하세요.
◇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이하 김언경) : 안녕하세요.
◆ 최휘 : 추석연휴 기간 응급실 뺑뺑이 등 응급 의료 위기상황에 대한 걱정이 많았는데요. 이에 대한 언론의 보도와 정부의 입장, 그리고 현실은 어떠했는지에 대해서 오늘 한번 총체적으로 짚어보신다고요?
◇ 김언경 : 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정부 입장은 이번 추석 연휴 기간에 ‘응급대란은 없었다’입니다. 추석연휴 마지막날인 18일 조규홍 복지부장관은 추석 연휴 응급의료 운영 현황을 직접 브리핑했습니다. 여기서 발표한 ‘응급의료 관련 통계’를 보면, 추석 연휴인 14~17일 전국 411개 응급의료기관의 하루 평균 내원 환자 수는 2만7505명입니다. 지난해 추석 연휴인 지난해 9월28일~10월3일 3만9911명보다 31.1% 줄었습니다. 또 반대로 연휴 기간에 문을 연 의료기관은 하루 평균 9781곳으로 지난해 추석 연휴(5020개)에 비해 95% 늘어났습니다. 동네 병·의원들 중에 자발적으로 문을 연 병원이 이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았습니다. 전국 411개 응급실은 3곳을 제외하고 연휴 동안 매일 24시간 운영됐습니다. 이렇게 다른 명절 연휴와 비교해서 문 연 의료기관은 증가하였고, 응급실 내원 환자는 경증환자 중심으로 감소했다는 것이죠. 물론 중증 응급질환을 진료할 수 있는 의료기관은 평일 대비 다소 감소했으며, 의료인력은 전공의 집단행동 이전보다 크게 감소했기는 했습니다. 보건복지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료인력이 부족했음에도 불구하고, 의료기관들의 적극적인 진료 참여, 응급의료 현장 의사, 간호사, 직원분들의 헌신과 노력, 더 필요한 분에게 응급실 이용을 양보하는 국민 여러분의 높은 시민의식이 함께 작용하여, 연휴 기간 응급의료체계가 중증환자 중심으로 작동한 것으로 파악됩니다”라고 했습니다. 한마디로 응급대란은 없었다는 것입니다. 시민들이 ‘추석 응급실 상황’을 알고 미리미리 몸조심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 최휘 : 실제로 병원에 오는 환자가 많지 않았던 것은 사실인 것 같죠?
◇ 김언경 : 그런 것 같아요. 실제로 추석 연휴에 큰 혼란이나 참사는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경증 환자는 하루 평균 1만6157명으로 지난해 추석 연휴(2만6003명)보다 37.9% 줄었습니다. 그러나 이는 소진되고 있는 의료진 덕분이고, 정부가 유도한 대로 중증환자 담당 응급실에 환자가 쏠리지 않은 덕분이며, 정말로 아프지 않게 다치지 않게 조심한 국민들 덕분입니다. 무엇보다 추석 연휴 이전에 언론 보도를 통해서 정부가 응급실 내원 경증 환자 자기부담률을 90%까지 올렸습니다. 경증 비응급 환자가 응급의료센터를 방문할 경우, 추석 연휴 기간에는 환자부담금이 기존 13만원이 22만원으로, 지역센터는 기존 6만원이 10만원으로 인상됐습니다. 그래서 병원을 찾지 않은 사람들 중에는 ‘아파도 연휴 끝날 때까지 참는’ 경우가 많았을 것으로 보입니다. 게다가 경증으로는 응급 진료를 거부해도 의사 면책을 해주는 대책까지 내줬기 때문에 환자 입장에서는 아파도 아예 응급실에 안가고 참아낸 것이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의료기관들의 진료 참여와 국민들의 시민의식’으로 ‘중증환자 중심으로 잘 작동했다’고 표현하는 것은 국민에게 준 막중한 피해를 너무 작게 보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아무리 그래도 전공의 이탈로 인한 중증응급질환 진료 의료기관 및 인력 감소는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응급실 뺑뺑이가 계속되고 치료를 제때 못 받은 중증환자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또한 당직 병·의원이 적었던 추석 당일을 전후로 전국 곳곳의 응급실과 응급환자의 전원을 연결하는 상황실에선 위태로운 장면이 많았습니다. 아무리 큰 혼란이 없었다지만 의료 공백은 명백한 현실이라는 것입니다.
◆ 최휘 : '응급실 뺑뺑이' 사례가 추석 연휴 기간 있었다는 것인가요?
◇ 김언경 : 위급한 '응급실 뺑뺑이' 사례도 추석 연휴 기간 여전히 많았습니다. 16일 자상을 입은 60대 남성은 10곳에서 거부당하고 4시간이 지나서야 가까스로 치료를 받았다고 합니다. 양수가 터져 하혈을 하는 등 위급했던 임신 25주차 여성은 구급차에서 6시간을 보낸 끝에 가까스로 치료를 받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정부가 발표하기는 연휴 기간 문을 연 병원이 충분했다고 했는데요. 막상 현장과 환자들 반응은 달랐다고 합니다. MBC 보도에 따르면 “토요일 2만 7천여 곳에서 16일엔 3천 곳, 17일엔 1천 7백여 곳만 문을 열었다”며 추세 상 급격히 문 연 병원들이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정부가 돈으로 회유하자 첫날엔 많이 열다 하루만 문 열고 급격하게 문다는 곳이 많았다는 것인데요. 이 때문에 “응급실은 가기 어렵고, 동네 병의원은 문 닫은 곳이 많아 환자들은 전전긍긍”했다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또한 MBC에서는 ‘진짜 위기는 연휴 이후이고, 응급의료 역량이 급속도로 약화하고 있는 게 문제라고 우려가오 있습니다. 전공의 이탈에 따른 교대근무체계 붕괴와 배후진료 약화로 ‘1인 근무’ 의료기관이 늘면서 응급실 진료역량이 평소보다 50% 이상 감소한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거기다가 연휴 이후 상태가 나빠진 환자들이 갑자기 몰리기도 한다고 했습니다.
◆ 최휘 : 그렇다면, 그렇게 연휴동안 참았던 환자들이 지금 더 병원으로 몰릴테니 결국 조삼모사로 의료대란은 여전히 우려되는 상황이라는 걱정도 많죠.
◇ 김언경 : 그렇습니다. 연휴 이후 미뤄뒀던 환자들이 증세가 악화한 채로 병원을 찾는 경우가 늘어날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연휴 기간 2차 병원이나 병의원으로 분산됐던 환자들이, 마치 막아뒀던 병마개가 솟구치듯 다시 대학병원 등 상급병원으로 쏠릴 수 있다는 우려가 많습니다.
◆ 최휘 : 그럼 우리 언론 보도에서 추석 연휴 응급대란에 대해서 어떻게 보도했는지 좀 볼까요?
◇ 김언경 : 거의 대부분의 보도가 큰 의료대란은 없었지만, 병원 뺑뺑이는 있었다는 보도였습니다. 다만, 뺑뺑이가 여전하다는 점에 방점을 찍은 보도인가, 의료대란 없었다에 방점을 찍은 보도인가의 차이는 분명히 있었습니다. 연합뉴스는 <추석연휴 응급대란 없었지만…임신부 등 아슬아슬 '병원 뺑뺑이'>입니다. 제목에서 응급대란이 없긴 했지만, 아슬아슬하게 뺑뺑이가 있었다고 하는 표현이죠. 이 보도는 리드문에서부터 “추석 연휴에 전국에서 임신부나 자상을 입은 몇몇 응급환자들이 응급실을 찾지 못해 몇 시간씩 병원 '뺑뺑이'를 돌다가 간신히 치료받았다.”고 했습니다. 보도에서는 대전 동구에서 자해로 자상을 입은 환자, 충남 논산에서 갈비뼈가 부러진 환자, 양수가 터진 임산부, 광주에서 손가락이 잘린 환자 등이 어렵게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는 상황을 전했습니다. 보도에서는 전공의 집단 이탈 이후 인력 공백으로 힘든 상황에서도 중대형 병원 응급실 의료진들 응급슬 의료진들이 치료해서 불상사가 없었다고만 평가했습니다. 이와 비슷한 보도는 많습니다. 서울신문도 <연휴 응급대란은 없었지만 임신부 등 위험한 ‘뺑뺑이’>, 동아일보 <양수 터진 임신부, 병원 75곳 거부...정부 “큰 혼란은 없었다”> 등입니다. 조선일보는 9월 19일 1면에 <경증 시민 동네병원 가고, 의사는 쪽잠 진료...추석 응급실 위기 막았다>를 냈는데요. 이 보도는 타사 보도와는 달리 조금 더 드라미틱한 사례를 실었습니다.
◆ 최휘 : 어떤 내용인데요?
◇ 김언경 : 조선일보는 일단 타사처럼 의료대란이 없었다는 점을 정리했습니다. “경증·비응급 환자가 대형병원 방문을 자제하고 동네 병의원으로 분산된 것이 응급실 운영에 도움이 됐다는 분석이다.”라고 했고, 충북 보은군의 보은한양병원 응급실에 대해서 상세히 보도했습니다. 이 병원이 ‘24시간 운영 응급실’로 응급실 인건비 등으로 인해 연간 15억원가량 적자를 보고 있지만, 이번 추석 연휴에도 지역 당직의료기관으로 응급 환자들을 받았다면서, “그래도 지역 응급 환자를 살릴 수 있는 골든타임을 우리가 확보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응급실을 운영하고 있다”는 인터뷰도 담았습니다.
◆ 최휘 : 응급실 뺑뺑이에 방점을 찍은 보도들은 어떤가요?
◇ 김언경 : 경향신문의 <양수 터진 임신·복부 자상 60대...불안한 ‘병원 뺑뺑이’ 줄 이었던 연휴>, 한국일보의 <'응급실 양보' 덕에 추석 대란 피했지만... 아슬아슬 위기는 현재진행형>, 한겨레의 <추석 응급의료 큰 위기 없었지만...“연휴 뒤 상급병원 쏠릴 수도”>, MBC의 보도들이 있었습니다. 결국 이런 보도들도 정부가 발표한 “연휴 기간 전국 응급실 409곳 중 2곳(충북 충주 건국대충주병원·경기 용인 명주병원)을 뺀 총 407곳이 매일 24시간 운영한다. 추석 당일에 문을 연 병의원은 1천785곳이다.”라는 이 수치 자체는 똑같이 보도합니다. 그러나 대통령이나 언론이 모두 입 모아 말하는 “큰 병원 응급실 방문을 자제하며 불편을 감내해 주신 국민 여러분 덕분"이라는 것이 과연 덕분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인가, 과연 이런 상황을 만들어놓은 정부에 대해서 우리 큰일 없었으니 그럭저럭 잘 지나갔다고 봐도 되는것인가를 언급하는 수준의 보도들이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들 보도에서는 지금 의료계에선 응급의료 건전성 지표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는 지적을 담고 있습니다. 한국일보 18일자 보도 <'응급실 양보' 덕에 추석 대란 피했지만... 아슬아슬 위기는 현재진행형>에서는 ”180개 권역·지역 응급의료센터에서 근무하는 의사 수는 17일 기준 1,856명으로, 지난해 4분기 2,300여 명에 비해 400명 이상 줄었다. 전공의 대거 이탈과 그로 인한 전담의 피로 누적 여파인데 당장 인력 보충이 쉽지 않은 게 문제다. 180개 응급의료센터 가운데 중증응급질환 27종을 진료할 수 있는 기관은 연휴 기간 87~92곳으로 연휴 전인 이달 첫째주 평일 평균(99곳)보다 감소했다. 응급실 운영 병원의 필수의료 역량과 직결된 이 수치는 최근 평시(109곳)와 상당한 격차를 보이고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경향신문은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 대표는 “이날 오전에도 항암치료를 받는 환자가 응급의료센터를 찾았지만 의료진 부족으로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했다”며 “‘아프면 해결 방법이 없다’는 인식이 환자들 사이에 퍼져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는 우려를 담기도 했습니다.
◆ 최휘 : 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김언경 : 네. 고맙습니다.
◆ 최휘 : 지금까지 김언경 뭉클미디어 인권연구소장이었습니다.
YTN 장정우 (jwjang@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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