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공식 수치인 5%에 못 미친다고 발언한 한 유명 이코노미스트에 격노해 징계를 명령했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습니다.
이 신문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시 주석이 국영 증권사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가오산원에 대해 당국에 조사와 징계를 지시했다고 전했습니다.
가오는 중국 정부에 경제·금융 정책을 자주 조언하는 유명 거시경제분석가입니다.
소식통들은 지난달 12일 미국 싱크탱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와 중국의 한 싱크탱크가 공동으로 개최한 포럼에서 가오의 두 가지 발언에 시 주석이 분노했다고 말했습니다.
가오는 이 포럼에서 "중국의 실질 성장률과 다른 경제 지표들의 진정한 수치를 알지 못한다"며 "지난 2~3년간 (성장률) 공식 수치는 연평균 5%에 가깝지만 실제 수치는 2% 정도일 것으로 추측한다"고 말했습니다.
시 주석은 또 중국 정부의 능력에 가오가 의문을 제기한 점에 더욱 분노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가오는 포럼에서 "경제를 활성화하려는 그들(정부)의 노력이 매우 기회주의적일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그들이 약속한 바를 지킬 수 없을 것으로 본다"고 지적했습니다.
시 주석의 징계 명령으로 가오는 공개 발언이 금지됐다고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실제로 그의 위챗 계정은 지난달 차단됐으며 오는 11일 가오가 연사로 참석할 예정이던 난카이대 행사는 주빈인 가오산원의 개인 일정을 이유로 취소됐습니다.
다만 그가 현재 직무는 유지하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말했습니다.
월스트리트는 가오의 비판적 발언에 대한 시 주석의 반응이 경제 문제에 대한 중국 정부의 뿌리 깊은 민감성을 드러낸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코노미스트와 분석가들이 중국 경제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가 계정이 차단되는 등 당국의 입단속 대상이 되는 일은 이전에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중국 경제가 장기침체에 빠졌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당국은 지난 몇 달씩 경제 상황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근절하려 노력하고 있으며 가오를 징계한 이후 이런 조치가 강화됐다고 신문은 전했습니다.
중국증권감독관리위원회에 감독받는 증권업계 단체 중국증권협회(中國證券業協會·SAC)는 지난달 18일 증권·펀드사에 보낸 수석이코노미스트 관리감독 강화 공지에서 소속 전문가가 정부 정책을 파악하고 홍보하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해야 하며 부적절한 언행을 반복할 경우 "중징계에서 해고까지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시 주석의 비서실장인 차이치 중국공산당 중앙판공청 주임도 지난 주말 회의에서 전국의 선전 책임자들에게 "경제 홍보와 기대 관리를 강화하라"며 경제에 대한 부정적인 발언을 걸러 내라고 주문했습니다.
YTN 황보선 (bosun@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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