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원화 : 누군가 급작스런 사고로 세상을 떠나면요. 그 사람을 떠올리게 할 기억과 추억으로 슬퍼하기만도 시간이 모자라곤 하죠. 그런데 어떤 사건은요. 슬픔 말고도 묘하게 다른 감정이 따라붙곤 합니다. 그리고 그 무언가라면 바로 돈. 그 사람이 사고로 사망했을 때, 예를 들어 터무니없이 큰 보험금이 걸려 있다면, 슬픔보다 의심이 먼저 따라붙기도 하죠. 과연 정말 사고였을까? 아니면 혹시 계획된 건 아니었을까. 오늘 사건이 딱 그랬습니다. 95억원. 사고로 숨진 여성이 사망하면 지급될 수 있는 보험금 총액, 바로 95억이었습니다. ‘아니 사망보험금이 이렇게 큰 상품이 있나?’ 싶으시겠지만, 그런 건 아니고요. 11개 보험사에 총 25개의 생명보험이 들어져 있었죠. 그리고 이 사실을 알게 된 경찰은 보험금을 노린 범행의 가능성에 주목했습니다. 아내 명의 보험이 25건에, 사망보험금만 95억이란 사실이 드러나며 여론은 순식간에 달아올랐습니다. ‘이건 사고가 아닌 명백한 살인이다’ 안정하는 목소리가 압도적이었죠. 최종 무죄, 하지만 사건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죠. 남은 보험금 95억은 과연 어떻게 됐을까요? 오늘 <사건X파일>에서 이 사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사건X파일>, 이원화입니다. 로엘 법무법인, 이수현 변호사와 함께 합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 이수현 : 네, 안녕하세요. 이수현 변호사입니다.
◇ 이원화 : 당시 해당 사건이 언론을 통해 보도된 이후, 사실관계와는 별개로, ‘당연히 이건 살인이다, 보험사기다.’ 여론이 뜨거웠거든요? 사실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계속 회자되는 사건이기도 하고요. 일단 어떤 사고가 있었던 건지 그 당시 상황부터 차분히 짚어볼까요?
◆ 이수현 : 네, 사건은 2014년 8월 23일 새벽 3시 40분경 발생했습니다. 남편 이 씨는 당시 24세였던 캄보디아 출신 아내를 승합차 조수석에 태우고 경부고속도로 하행선을 달리고 있었는데요. 충남 천안 나들목 부근에서 갓길에 정차해 있던 8톤 화물차를 그대로 들이받았습니다. 이 사고로 조수석에 타고 있던 아내는 그 자리에서 숨졌는데, 당시 아내는 임신 7개월의 만삭 상태였습니다. 한꺼번에 두 생명을 잃게 된 비극적인 사고였죠.
◇ 이원화 : 경찰도 처음에는 남편 A 씨가 주장한대로 ‘졸음운전’에 따른 단순 교통사고로 보고 수사를 시작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수사 방향이 완전히 바뀌는 결정적 계기가 있었죠. 말 그대로 ‘반전’이었던 제보가 들어왔다고요?
◆ 이수현 : 그렇습니다. 사고 조사가 한창이던 중, 몇몇 보험사에서 경찰로 충격적인 제보를 해옵니다. 사고로 숨진 아내 앞으로 가입된 보험이 한두 개가 아니라는 거였죠. 처음에는 단순 사고로 보였지만, 아내 명의의 생명보험이 25개나 된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경찰은 이를 거액의 보험금을 노린 고의 살인 사건으로 의심하고 전면 재수사에 착수하게 됩니다.
◇ 이원화 : 요즘은 워낙 보험을 많이 드는 데다가, 사망사고가 났다고 곧바로 ‘보험사기가 의심된다’ 이런 제보가 들어오긴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결국 제보의 핵심은 보험금 액수였죠?
◆ 이수현 : 네, 액수가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아내가 사망할 경우 받게 될 보험금 총액이 약 95억 원에 달했으니까요. 가입된 보험사만 11곳, 상품 수는 무려 25개에서 많게는 33개까지 파악되었습니다. 매달 내는 보험료만 해도 약 360만 원에서 400만 원 사이였죠. 사실 외국인 아내 한 사람 앞으로 이 정도 거액의 보험을 드는 것이 시스템상 쉽지 않은데, 아내가 캄보디아 국적에서 한국으로 귀화하면서 생긴 '명의의 차이'가 이용된 측면도 있었습니다. 귀화 전 외국인 명의로 가입한 내역이 한국인 명의 가입 시 제대로 검색되지 않아 보험사들도 가입 사실을 합산하기 어려웠던 겁니다.
◇ 이원화 : 그런데 수사라는 게 한쪽 이야기만 듣고 판단할 순 없는 거고요, 남편 쪽 입장도 들어봐야 할 텐데, 본인은 뭐라고 하던가요?
◆ 이수현 : 남편 이 씨는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자신이 ‘생활용품점을 운영했는데, 가게를 찾는 손님 중 보험설계사들이 많았고. 그들의 집요한 권유를 차마 거절하지 못해 하나 둘 들다 보니 많아진 것뿐이다’라고 주장했죠. 또한 ‘당시 월수입이 1,000만 원 이상으로 꽤 높았기 때문에 월 400만 원 정도의 보험료는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실제로 그에겐 별다른 채무도 없었고 재정적으로 궁박한 상태도 아니었습니다.
◇ 이원화 : 하지만 경찰 측에선 남편의 말을 믿지 않고, 단순 교통사고에서 형사사건으로 결국 방향을 틀었습니다. 그런데 보험금이 너무 많다 이 이유 하나로만 ‘살인일 것이다’ 단정하진 않았을 테고 수사당국이 ‘이건 사고가 아닌 명백한 살인이다,’ 봤던 근거, 또 어떤 것들이 있었나요?
◆ 이수현 : 수사 기관은 여러 정황 증거를 제시했습니다. 첫째, 사고 직전 차량의 상향등이 켜졌다는 점입니다. 졸음운전을 했다면 불가능한 조작이라는 거죠. 둘째, 아내의 혈흔에서 수면유도제 성분이 검출되었습니다. 셋째, 남편은 가벼운 부상만 입었지만, 조수석의 아내는 안전벨트를 매지 않은 상태로 큰 충격을 받았다는 점입니다. 넷째, 아내의 장례 후 남편이 셀카를 찍는 등 슬퍼하는 기색이 없었다는 점도 중요한 요소였고요, 그리고 아내의 시신을 캄보디아 친정 식구들이 오기도 전에 서둘러 화장했다는 점 등도 의심을 샀습니다.
◇ 이원화 : 그러니까 말씀해주신 그런 정황들이 언론에서도 보도되다 보니까 많은 분들이, ‘아무리 봐도 이건 보험금을 노린 살인이다’, 확신을 가졌던 것 같거든요? 그런데 사실 변호사 입장에서 본다면 사건의 모든 기록과 증거를 직접 보지 못한 상황에서, 여론만으로 유무죄를 판단하는 게 굉장히 위험한 일일 수도 있잖아요? 어떤 의견이세요?
◆ 이수현 : 맞습니다. 상당히 위험한 일입니다. 이 사건은 전형적으로 '여론의 재판'이 먼저 이루어진 사례입니다. 하지만 법정에서는 철저히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의 증명'이 필요합니다. 과거에도 여론은 살인범이라고 지목했지만 나중에 무죄로 밝혀진 사건들이 있었습니다. 이 사건 역시 대법원은 ‘의심스러운 정황이 있는 것은 맞다. 그렇지만 살인의 고의를 단정할만한 직접 증거가 없다’고 판단하면서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형사법의 대원칙이 적용했습니다.
◇ 이원화 : 아무튼 이 사건, 결과적으로 법원의 판단도 극과 극으로 갈렸습니다. 1심 무죄, 2심 무기징역, 그리고 대법원 다시 무죄취지의 파기환송. 왜 이렇게 판단이 엇갈렸던 건가요?
◆ 이수현 : 쟁점은 '고의성'의 증명이었습니다. 2심 재판부는 남편이 사고 직전 핸들을 꺾었다는 시뮬레이션 결과와 보험 가입 행태를 근거로 살인죄를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우선 가장 큰 쟁점이었던 핸들 조작에 대해서, 대법원은 ‘당시 CCTV 영상이 매우 저화질이라 조향 여부를 명확히 판단할 수 없다. 때문에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즉, 의도적으로 조수석만 들이받으려 했다는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것입니다. 또한 살인의 핵심 동기인 보험금 문제에 대해서도 남편 측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었습니다. 당시 남편은 월 1,000만 원 이상의 높은 수익이 있어 경제적으로 궁박한 상태가 아니었고요. 보험을 저축이나 자산 운용의 수단으로 활용해 왔고, 아내뿐만 아니라 자신, 부모님, 자녀들 앞으로도 수십 건의 보험을 들어온 평소 습관이 확인되었습니다. 실제로 보험설계사들이 증언을 해주었는데요, 남편이 거절을 잘 못하는 성격이라 보험 가입 권유를 받으면 계속 가입해 주었다고 증언하기도 했습니다. 결정적인 부분은 이 화물차와 충돌했을 때 당시 시속입니다. 시속 60~70km의 속도로 화물차와 충돌하는 방식은 운전자 본인도 목숨을 잃을 수 있는 매우 위험하고 무모한 방법입니다. 대법원은 단 몇 초 만에 자신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는 사고를 일으켜 아내만 살해한다는 계획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결국 살인은 무죄가 났으나 졸음운전으로 인해 아내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치사 혐의가 인정되어 금고 2년이 확정되었습니다.
◇ 이원화 : 그런데 이 사건, 형사재판에서 살인, 보험사기 혐의가 최종적으로 무죄 확정되면서 갑자기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이 있었습니다. 바로 11개의 보험사들이었죠. 그러면 무죄가 확정되면 보험금은 바로 지급을 해야 되는 건가요?
◆ 이수현 : 원칙대로라면 그렇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 보험사들은 형사 무죄와는 별개로 민사상 지급 의무가 없다고 버텼고, 결국 남편은 각 보험사를 상대로 수십억 원대 보험금 지급 청구 소송을 냈습니다. 재밌는 건 사고 시점부터 소송 종료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기 때문에 원금 95억에 이자가 붙어 총액이 100억 원대로 불어났다는 점입니다. 지연이자 때문입니다. 보험금 지급이 늦어질 경우 민사상 연 5%에서, 소송이 제기된 후에는 연 12~15%에 달하는 높은 지연손해금이 붙습니다. 사고가 2014년에 났으니 1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르며 이자만 수십억 원이 된 겁니다. 아무튼 남편이 무죄 확정 이후 보험사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건 형사 사건이 아니고 보험금을 달라는 민사 소송이었는데요. 해당 소송들의 가장 큰 쟁점은 뭐였을 것 같으세요?
◇ 이원화 : 글쎄요. 뭐가 있었을까요? 어떤 거였습니까?
◆ 이수현 : 핵심은 '아내의 한국어 능력'이었습니다. 보험 계약이 유효하려면 피보험자인 아내가 계약 내용을 이해하고 서면 동의를 해야 하는데, 캄보디아인인 아내가 그 복잡한 보험 약관을 이해할 정도의 한국어 실력이 있었느냐는 거죠. 보험사들은 아내가 내용을 모르고 사인했으니 계약이 무효라고 주장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래에셋생명이었는데요. 1심 재판부는 아내가 보험 약관을 충분히 이해하고 계약을 체결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결했지만, 2심에서는 판단이 뒤집혔습니다. 아내가 입국 전후로 꾸준히 한국어를 배워왔고, 평소 남편의 상점에서 일하며 보험 가입 직후, 원동기 면허까지 취득한 점 등을 볼 때 충분히 내용을 이해할 수 있었다고 본 거죠. 결국 이런 판결들이 이어지면서 현재 연루된 보험사 11곳 중 흥국화재 단 한 곳을 제외한 10곳이 남편에게 보험금을 지급하게 되었습니다.
◇ 이원화 : 흥국화재는 왜 달랐을까요?
◆ 이수현 : 가입 시점 때문입니다. 흥국화재 계약은 아내가 한국에 온 지 얼마 안 된 초기에 체결되었습니다. 법원은 당시 아내의 한국어 실력이 계약 내용을 이해하기엔 부족했다고 보고 그 계약만은 무효라고 판단한 겁니다. 반면 삼성생명이나 미래에셋 같은 다른 곳들은 아내가 한국 생활을 어느 정도 한 뒤에 가입했거나, 원동기 면허를 따는 등 한국어 능력이 입증된 시기여서 계약이 유효하다고 본 겁니다.
◇ 이원화 : <사건X파일>,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엑스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