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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도시' 된 페루 리마...방화 추정 화재로 어린이 등 10명 숨져

2026.07.23 오전 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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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 수도 리마의 한 주택에서 불이 나 미성년자 5명을 포함해 10명이 숨졌습니다.

페루 안디나 통신과 일간 엘코메르시오는 현지 시간 22일 새벽 3시쯤 리마 라빅토리아 구역 피사과 거리에 있는 주택에서 화재가 발생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소방 당국은 불이 나자 9대의 소방차를 투입해 진화에 나섰으나 매트리스 등 인화성 물질이 집 안팎에 쌓여 있어 불길이 급격히 확산한 데다 골목이 좁아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이 불로 3~15세 미성년자 5명을 포함해 모두 10명이 숨졌는데 불이 난 주택에는 모두 17명이 거주했으며 이 중 7명은 탈출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탈출한 생존자 중 한 명은 현지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목조 건물이라 불이 순식간에 번졌고 내부에서 가스통 등이 터졌다"고 증언했습니다.

오스카르 아리올라 페루 경찰청장은 "사망자 10명 중 9명이 일가족"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경찰은 단순 과실이 아닌 방화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이웃과 유가족은 매트리스 제조와 전기 오토바이 사업을 하던 사망자의 가족이 한 달 전부터 지역 범죄 조직으로부터 보호비 지급을 요구받으며 협박에 시달려 왔다고 증언했습니다.

경찰과 검찰은 목격자 진술과 함께 주택가에 설치된 CCTV 영상을 확보해 범행 여부를 확인하고,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입니다.

소상공인을 상대로 '보호비(갈취금)'를 요구하고, 응하지 않으면 방화나 살인을 저지르는 갈취·협박 범죄(Cobro de cupos)는 최근 리마를 포함한 페루 주요 도시에서 가장 극심한 사회 문제로 꼽힙니다.

페루의 범죄 조직들은 자영업자, 버스 기사, 오토바이 배달원, 매점 주인 등 지역 소상공인들에게 매주, 매달 일정 금액의 보호비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돈을 내지 않거나 경찰에 신고할 경우, 가게에 불을 지르거나, 총격을 가하거나, 심지어 수류탄을 던지는 등 강력 범죄를 무작위로 저지르고 있습니다.

또 현지인뿐만 아니라 외국인 여행객의 휴대폰이나 가방을 노린 오토바이 강도(Motochorros), 신호 대기 중인 차량의 창문을 깨고 소지품을 털어가는 강도 역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어 총기를 소지한 범죄 조직 간의 구역 싸움이나 무장 강도 사건이 주택가나 상업 지구에서도 낮밤을 가리지 않고 터지고 있습니다.

이번 화재가 난 라 빅토리아(La Victoria)를 비롯해 산마르틴 데 포레스(San Martín de Porres), 엘 아구스티노(El Agustino) 등 외곽와 재래 시장 주변은 치안이 매우 취약한 편입니다.

반면 미라플로레스(Miraflores), 산이시드로(San Isidro), 바랑코(Barranco) 등은 경비 인력과 경찰 배치가 많아 상대적으로 안전하지만, 소매치기나 오토바이 강도는 주의해야 합니다.

리마 시내 특정 구역에서 범죄가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지자, 페루 정부는 해당 지역들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군을 투입해 경찰과 합동 순찰을 돌게 하는 조치를 수시로 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범죄 조직의 수법이 점점 잔혹해지고 조직화하면서 체감 치안은 쉽게 개선되지 않고 있는 실정입니다.

특히 페루는 최근 몇 년간 대통령이 수시로 탄핵당하고 교체되는 정치적 혼란이 극에 달하면서 경찰의 부패를 잡지 못했고, 치안 정책에 연속성이 없어 범죄 조직을 소탕할 타이밍을 놓쳤습니다.

또 경찰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장비가 노후화해 범죄 조직의 화력(수류탄, 자동소총)을 당해내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이어 베네수엘라의 경제 붕괴와 함께 남미 전역으로 퍼진 베네수엘라 최대 범죄 조직 '트렌 데 아라과(Tren de Aragua)'와 그 분파들이 페루에 깊숙이 뿌리를 내렸습니다.


이들은 페루 자국 토착 범죄 조직과 주도권 싸움을 벌이거나 협력하면서, 이전 페루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총기 난사, 수류탄 테러, 잔혹한 보복 살인 수법을 적극적으로 도입했습니다.

이에 따라 과거 페루의 범죄가 관광객 대상 소매치기나 절도 위주였다면, 최근에는 보호비(Cupos) 갈취라는 잔혹한 수법이 사회 전반에 침투했습니다.

페루는 과거 조심해서 다니면 괜찮은 관광국이었지만, 현재는 민간인을 상대로 한 갈취·방화·총기 범죄가 일상화되면서 남미에서도 치안 악화가 빠르고 심각한 국가로 전락했습니다.



YTN 이승윤 (risungyoon@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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