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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초점] '코미디 로얄', 결국 '규제'만 걸림돌은 아니었다

2023.12.06 오후 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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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초점] '코미디 로얄', 결국 '규제'만 걸림돌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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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코미디 로얄',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쉽다.


지난달 28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코미디 로얄’은 출신 관계없이 대한민국 코미디계에서 활약하고 있는 20인이 넷플릭스 단독 쇼 론칭 기회를 두고 대결하는 웃음 배틀 예능. 이경규, 탁재훈, 문세윤, 이용진, 정영준 씨 등 5인이 마스터로 나서고, 다양한 플랫폼에서 활약 중인 15명의 희극인이 영건으로 나서 대결을 펼쳤다.

형식 자체가 새롭지는 않다. 쉽게 생각하면 Mnet '쇼미 더 머니'나 '스트릿 댄스 우먼 파이터' 등 시청자가 익숙한 기존 배틀 예능 포맷에 코미디를 접목한 형태다. 지금은 종영한 tvN '코미디 빅 리그'도 코너 간 대결을 치르고 최종 승자를 가리는 콘셉트를 보여준 바 있다.

그러나 정통파로 불리는 공채 출신과 별종으로 취급받는 특채들, 신흥 대세로 떠오른 뉴미디어 코미디언들이 출신과 배경에 관계없이 모였고, 이들이 나이 경력 등 계급장을 떼고 오직 웃음만을 두고 대결하면 과연 누가 살아남을지 궁금증을 자극하기엔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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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라운드는 평범했다. 각 팀이 무대에서 콩트를 펼치고 평점을 매기는, 기본적인 콩트 대결이었다. 공개 코미디로 다져져 유리할 것 같았던 공채 출신들은 익숙함이 식상함이 돼 발목을 잡혔다. 오히려 유튜브에서 활동하는 나선욱 씨가 백종원 캐릭터를 디테일하게 패러디해 시선을 끌었다. 이상준 씨의 대표 캐릭터 중 하나인 '두꺼비 사장님'과 예상 못한 컬래버레이션을 보여주면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반면 메타코미디 정영준 대표팀의 곽범, 이선민, 이재율 씨는 원숭이의 교미를 소재로 개그를 선보였으나 혹평을 받았다.

2라운드는 힙합의 '디스'와 유사한 '로스팅 개그'로 본격적인 배틀에 돌입했다. 인신공격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인물에 대한 관찰력과 공감 가는 비판이 필수였다. 엄지윤 씨는 문세윤 씨의 스타일리스트라는 상황극으로 자칫 불쾌할 수 있는 신체적 디스를 극적으로 과장하며 유쾌하게 풀어냈다. 같은 팀의 조훈 씨는 어머니와 통화한다는 콘셉트를 활용, 휴대폰 너머 어머니의 목소리를 통해 상대방을 디스 하는 색다른 시도를 보여줬다.

부캐들이 총출동한 3라운드 '캐릭터 로얄 럼블'은 닫힌 공간에서 오로지 한 사람이 살아남을 때까지 상대방을 웃기되 자신은 웃음을 참아야 하는 '웃음 지옥'. '더글로리' 속 동은이 엄마를 패러디한 황제성 씨, 시종일관 '찌드래곤'으로 일관하다가 해당 프로그램 연출자이자 '모르모트 PD'로 유명한 권해봄 PD로 변신한 최지용 씨, 영화 '곡성'에서 쿠니무라 준이 연기한 외지인으로 분장한 이선민 씨, '지하철 자르반' 할아버지로 변신한 신규진 씨 등 예상치 못한 여러 캐릭터들이 등장해 눈길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가발 속에 숨긴 대머리 등 분장 자체로 웃음을 노린 캐릭터들은 존재감을 남기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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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초점] '코미디 로얄', 결국 '규제'만 걸림돌은 아니었다

전반적으로 '코미디 로얄'을 보면서 웃는 순간보다는 정색하는 순간이 많았다. 1라운드에서 맥락 없이 따귀를 때리는 슬랩스틱이나 원숭이를 흉내 내는 원초적인 개그는 시작부터 기대를 반감시켰다. 2라운드에서는 디스 할 상대를 직접 고르는 방식이 아니라, 모든 팀이 로테이션으로 돌아가며 상대팀을 깎아내리는 방식이어서 긴장감이 줄고 산만했다. 준비되지 않은 듯 다소 억지스러운 로스팅도 있었다. 특히 탈락자들을 '깍두기'로 활용해 패자 부활의 기회를 줬는데, 후반부 반전을 노린 것으로도 보이나 서바이벌 특유의 긴장감 하락은 피할 수 없었다.

3라운드는 결승전임에도 긴장감을 자아내기보다는 보고 있는 것이 고역이 되는 상황이 펼쳐졌다. '1번 웃으면 경고, 2번 웃으면 탈락'하는 룰이 양날의 검이 됐다. 쏟아지는 부캐들의 향연 속에 웃지 않고 버틴 김두영 씨와 이창호 씨가 우승을 두고 최종 승부를 벌였지만, 1시간 넘게 아무도 웃지 않고 시간만 계속 흘러갔다. 결국 승부를 내기 위해 탈락자들이 분장을 하고 급히 투입돼 공격에 나섰는데, 웃음을 참는 두 사람의 모습이 애처롭게 느껴지지도 했다.

결국 김두영 씨가 곽범 씨의 초상화 개그에 웃으면서 탈락, 끝까지 웃음을 참은 이창호 씨가 승자가 됐다. 모두가 함께 폭소하는 상황이 아니었기에 최종 우승자의 탄생이 다소 김 빠지게 연출됐다. 이창호 씨는 너무 오래서인지 "이젠 웃어도 돼"라는 말에도 웃지 못했는데, 이를 지켜보는 시청자의 표정도 마찬가지였다. 시원한 웃음을 선사해서가 아니라, '웃음을 잘 참아서' 최후의 승자가 됐다는 것이 아이러니했다. 배틀의 백미인 결승전이었지만 뒷심이 부족했다. 코미디는 마지막이 중요하다던 문세윤 씨의 말이 떠올랐다. 많은 이들이 공개 코미디의 몰락의 이유로 '방송의 규제'를 들지만, 과연 그것만이 문제일까 의구심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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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코미디 로얄'에서 눈여겨보는 이유는 코미디언들이 방송이나 프로그램에서 스스로 개그 스타일을 평가하고 서로 비판하는 장면이 드물었기 때문이다. 많은 코미디 프로그램은 한국 코미디의 명맥을 유지하는데 의의를 두고, 시청자의 관심과 사랑을 호소해 왔다. 대결 형식을 취할 때도 평가와 반성보다는 오롯이 관객의 투표에 승부를 맡겼다.

'코미디 로얄'은 자신들의 손으로 투표를 하고, 다른 팀을 평가하는 마스터의 반응 등을 그대로 담았다. 반응은 엇갈렸지만 상황과 연결성이 부족한 욕설과 밑도 끝도 없는 화장실 개그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다채로운 변신을 보여주지 못하고 유행어나 한 캐릭터에 의존한 코미디언도 야유를 받았다. 어떤 개그가 각광받고 어떤 개그가 비난을 받는지 확인할 수 있었고, 같은 희극인들에게 쓴소리를 듣는 상황도 더해졌다.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변화의 발판이 될 수도 있는 순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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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팀을 대표해 나선 마스터들의 활약도 눈에 띄었다. 문세윤 씨는 1라운드부터 팀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적극적으로 지원사격에 나서 긍정적인 효과를 끌어냈다. 익숙한 캐릭터와 유행어의 반복이긴 했지만, 그럼에도 결정적인 순간에 강력한 한방을 보여줬다. 정영준 대표는 초반 팀 성적이 연속으로 부진한 데다, 이경규 씨의 비난이 폭주하는 상황 속에서도 냉정함을 유지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스스로 무대에 올라 힘을 보태기도 했다.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무대 코미디 경험을 배움으로 삼는 태도를 보여줬다.

이경규 씨의 노련함도 빛났다. 그는 로스팅 라운드에서 다른 팀과 달리 팀원을 한 명씩 무대에 세워 존재감을 부각하는 데 성공했다. "가장 잘하는 것을 하라고 했다"는 그의 전략은 얼핏 당연해 보이지만, 팀원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했기 때문에 통한 승부수였다. 1라운드에 등장한 원숭이 개그를 "나라 망신"이라고 극렬하게 비난하던 그가 마지막에 원숭이 분장을 하고 나타난 순간은 많은 시청자가 이견없이 명장면으로 꼽는 신이기도 하다.

'코미디 로얄'에서는 다양한 스타일을 지닌 코미디언들이 6회 동안 본인의 모든 개인기와 애드리브를 동원해 웃음 대결을 펼쳤다. 자신의 코미디에 대해 돌아보고 다른 사람의 무대를 평가하는 시간이 됐다. 이대로 끝났다면 코미디의 퇴행론에 한 술 더하는 것이지만, 촬영하는 동안 느낀 점과 시청자의 반응을 참고 삼는다면 꽤 의미 있는 시도가 될 것. 때문에 여기서 멈추지 않고 더 많은 사람을 웃게 하는 시즌 2로 돌아오길 기대해 본다.

[사진 = 넷플릭스 제공]

YTN 최보란 (ran613@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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