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3년 전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등정 도중 실종된 고 박영석 대장, 기억하는 분들 많으시죠?
한때 박 대장과 함께 산에 올랐고, 지금은 그의 뜻을 이어받아 장학재단을 이끌고 있는 네팔인이 있습니다.
30년 넘는 한국과의 인연 속에 반은 한국 사람이 다 됐다는 앙도르지 씨를 김영인 리포터가 만나봤습니다.
[기자]
커다란 태극기로 장식한 대문.
네팔의 첫 한식당인 이곳은 불고기와 잡채 등 맛깔스러운 한식으로 인기가 높습니다.
식당을 운영하는 앙도르지 씨는 수 차례 한국을 오가며 한식 조리법을 배웠습니다.
본토의 맛을 전하고자 콩나물과 무, 배추 등 채소들도 직접 씨를 뿌리고 거둬 씁니다.
[인터뷰:강서현, 관광객]
"맛있고요. 한국에서 먹던 것과 맛이 비슷해요."
[인터뷰:프라땁 판데이, 카트만두 시민]
"한국 음식들은 맵고 뜨겁습니다. 네팔 사람들은 그런 음식을 좋아하기 때문에 자주 와서 먹습니다."
앙도르지 씨는 35년 전 한국 기업의 건설 현장에서 일하며 한국을 처음 알게 됐습니다.
그 뒤 산악 안내인으로 전직해 히말라야에 오르는 많은 한국 산악인들의 길잡이가 됐습니다.
특히 3년 전 실종된 고 박영석 대장과는 생사를 함께 하며 각별한 인연을 쌓았습니다.
[인터뷰:앙도르지, 한식당 대표]
"2008년 에베레스트 등반 도중 큰 산사태가 있었는데 우리 베이스캠프를 덮쳤습니다. 그때 정말 죽을 뻔했습니다."
식당 한쪽의 작은 사무실은 소중한 벗의 꿈이 자라나는 공간입니다.
박 대장이 떠난 뒤 앙도르지 씨는 그의 이름을 따 장학재단을 만들었습니다.
뜻있는 사람들의 힘을 모아 시골 학교에 컴퓨터 등 학용품을 보내주고 교사들의 월급도 후원하고 있습니다.
[인터뷰:앙도르지, 한식당 대표]
"박영석 재단 만든 이유는 대장님이 살아있을 때 등반 끝난 후에 여기서 어려운 아이들하고, 히말라야 학교에 교육에 필요한 것을 도와준다는 꿈이 있어서 차리게 됐습니다."
박 대장의 마지막 발자취가 남아있는 안나푸르나에는 그의 위령탑이 서 있습니다.
하늘과 맞닿을 듯한 만년설 아래 잠든 친구.
앙도르지 씨는 추억의 사진과 함께 평생 한국과 한국인을 가슴에 품고 살아갈 것입니다.
카트만두에서 YTN 월드 김영인입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