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바비'에서 '켄' 역으로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할리우드 배우 라이언 고슬링이 아카데미에 대해 날 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23일(현지 시각)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 측은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작품상, 감독상, 남여 주·조연상, 각본상, 각색상 등의 후보를 일제히 발표했다. 아카데미는 미국을 넘어 영화계 내에서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시상식이다.
‘바비’는 작품상, 여우조연상(아메리카 페레라), 남우조연상(라이언 고슬링), 각색상, 주제가상(빌리 아일리시·피니어스 오코넬), 미술상(사라 그린우드), 의상상(재클린 듀란) 등 8개 부문 후보로 올랐다.
그러나 정작 '바비'의 연출을 맡은 그레타 거윅 감독과 영화의 주연인 마고 로비의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르지 못했다.
이에 라이언 고슬링은 성명서를 내고 아카데미에 대한 실망감을 표했다.
그는 “훌륭한 영화가 많이 나온 해에 뛰어난 예술가들과 함께 후보로 지명된 것을 매우 영광으로 생각한다”라며 “제가 이런 말을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지만, 켄이라는 플라스틱 인형을 연기하게 되었다는 사실이 영광스럽고 자랑스럽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나 "바비 없이는 켄도 없다. 영화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한 두 명인 거윅과 로비가 없는 한 ‘바비’ 영화도 없다”라며 “그들이 각자의 부문에 후보로 오르지 못한 것이 실망스럽다. 이게 그나마 절제한 표현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합당하게 후보에 이름을 올린 다른 동료들과 마찬가지로 그들의 업적도 인정받아야 한다”라고 작심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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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바비' 포스터 ⓒ워너브라더스코리아
지난해 7월 개봉한 '바비'는 세계적인 인기를 받으며 워너브라더스 작품 사상 최고 흥행 기록을 세웠다. 이로써 그레타 거윅 감독은 여성 감독 중 최대 흥행작을 만든 감독이라는 수식어도 거머쥐었다.
또한 흥행과 평단,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미국 여성 감독으로는 최초로 올해 5월 열리는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 심사위원장직도 맡게 됐다.
이처럼 '바비'가 영화 역사에서 유의미한 성취를 냈음에도 정작 감독과 주연 배우가 아카데미 후보에 오르지 못한 것을 두고 영화계 내에서는 아카데미의 보수적이고 구시대적인 관행이 사라지지 않은 것이라는 일침이 나오고 있다.
한편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오는 3월 10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개최된다.
YTN 김성현 (jamkim@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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