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라디오 YTN]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24년 04월 20일 (토요일)
■ 진행 : 최휘 아나운서
■ 대담 : 김언경 뭉클미디어 소장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최휘 아나운서(이하 최휘)> 한 주간 뉴스를 꼭꼭 씹어보는 시간, 미디어 비평입니다. 오늘은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과 전화연결 되어있습니다. 안녕하세요.
◆ 김언경 소장(이하 김언경)> 안녕하세요~
◇ 최휘> 오늘은 ‘나는 솔로’ 프로그램의 PD와 작가 간 공방을 이야기를 해보신다고요. 먼저 나는 솔로 논란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요?
◆ 김언경> ‘나는 SOLO’는 ENA와 SBS 플러스가 공동으로 제작한 예능 프로그램으로, 결혼을 안한 커플들이 결혼을 기약하려는 것을 목적으로 제작하는 예능 프로그램입니다. 그런데 최근 ‘나는 SOLO’ 남규홍 PD 둘러싼 논쟁에 대해서 이야기보려고 합니다. 관련 내용은 스포츠서울을 통해 지난 9일부터 보도되었습니다. 지난 2월, ‘나는 솔로’ 작가들이 재방송료를 지급받기 위해 남규홍 PD에게 용역계약서 작성을 요구했다고 합니다. 남 PD가 준 계약서에는 협회가 요구하는 저작권 관련 부분이 수정돼 있었다고 합니다. 남 PD는 한국방송작가협회 회원만 재방송료를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는데요. 이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한국방송작가협회는 작가들의 저작권을 신탁받는 곳이지 협회 가입여부가 저작권 인정의 척도가 아니라는 것이죠. 실제로 ‘한국방송작가협회’의 ‘저작물 신탁계약 약관’ 제9조 (비회원 신탁관리)에 따르면 ‘비회원 작가와 저작권사용료 지급을 위하여 신탁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따라서 한국방소작가협회 비회원이라하더라도 저작권 사용료, 그러니까 재방송료도 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 남 PD는 자신이 이끄는 촌장엔터테이먼트 유튜브 커뮤니티를 통해 반박문을 올렸는데요. 재방료 갈취 의혹에 대해서는 “억대 재방료를 탐냈다고 했으나 이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작가 재방료는 촌장엔터테인먼트에서 일하는 작가 중 협회 소속 작가가 없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지급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방송작가 협회 비회원에게도 작가료가 지급 가능하다는 것은 올해 초 작가들이 방송작가협회에서 준 표준계약서를 가져와 계약을 요구하면서 알게 됐다”는 입장을 냈습니다. 제가 보기에 의도가 있건 없건 지급받을 권리가 있는 작가들에게 그동안 재방송료를 지급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니까, 이에 대해서는 논란이라기보다는 개선을 해야 할 점이고, 개선하시면 될 일이라고 봅니다.
◇ 최휘> 지금 말씀하신 것만 들으면, 사실관계를 정확히 알지 못해서 벌어진 일인가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는데요. 방송작가노조가 제작사를 문화체육관광부에 신고했던데요?
◆ 김언경> 네 맞습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지부가 있어요. 이 노조를 ‘방송작가유니온’이라고 부릅니다. 방송작가유니온이 지난 16일 문화체육관광부에 <나는 SOLO>의 제작사인 촌장엔터테인먼트를 서면계약위반과 방송작가에 대한 권리침해로 신고했습니다. 여기에는 두 가지 정도 더 살펴볼 논란이 있습니다. 먼저 지난 6일 스포츠서울에는 <나는 SOLO>의 작가들이 재방송료를 요구하자, 남규홍 PD로부터 ‘작가들이 한 게 뭐가 있다고 재방송료를 받냐’는 말을 들었다는 작가의 폭로가 보도되었습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남 PD가 자신과 딸 이름을 작가 명단에 올렸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나는 SOLO> 제작진은 지난 10일 촌장엔터테인먼트 유튜브 채널을 통해 “남규홍 대표의 자녀가 스크롤에 올라간 이유는 그가 작가 역할을 했기 때문”이라며 “딸이라서 작가로 올린 것이 아니라 작가이기 때문에 작가로 올린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모닝와이드’ ‘스트레인저’ 등의 프로그램에서는 연출하던 방송 PD였지만 ‘나는 솔로’에서는 자막 담당으로 처음부터 지금까지 전담으로 쓰고 있다”며 “자막은 고도의 문학적 소양과 방송적 감각이 필요한 작가적 영역이기도 하다. 악의적으로 ‘아빠 찬스’ 운운하는 보도는 매우 유감”이라는 입장입니다. 또 다른 것은 작가의 재방송료에 대한 남 피디의 입장인데요. 남 PD는 본인을 비롯해 남인후, 나상원, 백정훈 PD 등이 작가로 이름을 올리게 된 데에 관해 “이들이 실질적인 작가 역할을 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것입니다. 남 PD측은 “PD들도 작가 역할을 하면 그 근거를 남겨야 한다고 생각해서 바꾼 정책일 뿐 재방송료와는 무관하다”고 했습니다. 아울러 “연출이 글을 써도 작가로 스크롤에 이름을 올릴 수 없다는 주장은 비합리적”이라며 기존 방송 관행을 비판했습니다. 남 PD측은 “현재 많은 국내 영화감독들이 작가와 시나리오를 공동 창작하고 있으며 스크롤에 작가로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며 “연출자로서 글 자막을 썼지만 작가 직책이 아닌 연출가였으니 당시 시청자는 작가만 글을 썼다고 알 것”이라고 반박한 것입니다. 남피디는 “PD들도 작가 스크롤이 있다고 하여 재방료를 받지는 못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재방송료는 프리랜서 노동자인 작가들과 연기자들의 저작권’이라고 하는 이 주장은 현시대 콘텐츠 업계와는 맞지 않다”며 “과거는 방송사 공채 중심 PD의 제작환경이었지만 현재는 외주 제작사와 다수의 프리랜서 PD들 작가들 중심으로 제작이 이루어지고 있는 환경이다. 이런 상황에서 작가들과 연기자들만이 재방송료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은 지금 시대와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 최휘> 방송작가유니온이 제작사를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 신고를 했던데요.
◆ 김언경> 문체부는 2020년 5월부터 ‘예술인 서면계약 위반’ 신고에 대해 직접 조사하고 시정명령과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고요. 2022년 9월 ‘예술인의 지위와 권리의 보장에 관한 법률(이하 ’예술인권리보장법‘)’이 시행됨에 따라 예술인들의 권리침해에 대한 신고에 따라 직접 조사하고 이에 대해 권리구제와 시정명령 등으로 분쟁을 조정하고 있습니다. 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 줄여서 방송작가유니온이라고 부르는데요. 방송작가유니온은 2021년 국정감사를 통해 예술인 당사자가 직접 서면계약위반에 대해 신고하기 어려운 현실을 제기하며, 방송작가유니온 등 노조나 예술인 단체 등을 신고주체로 인정하라는 개선책을 요구하였습니다. 위와 같은 요구가 받아들여져 다음해 제정된 ‘예술인 권리보장법 시행령’에는 노동조합이나 단체가 직접 신고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에 방송작가유니온은 ENA·SBS플러스 예능프로그램 ‘나는 솔로’ 제작사가 법적 의무인 작가와의 서면계약을 하지 않고 작가의 권리를 침해했다며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 신고한 것입니다. 방송작가 유니온은 16일 “나는 솔로 제작사인 촌장엔터테인먼트 남규홍 대표는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계약서 미작성과 재방송료 미지급 같은 작가들의 권리 침해 사실에 대해 인정한 바 있다”며 “그런데도 반성은커녕 사실 왜곡으로 작가들의 저작권과 노동권을 폄훼해 직접 신고에 나서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예술인권리보장법 2조10호 ‘예술인권리침해행위’로 피해를 입은 예술인·예술단체 또는 예술인조합은 예술인신문고를 통해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 권리침해 신고를 접수할 수 있습니다. 방송작가유니온은 나는 솔로 제작사가 예술인권리보장법상 13조(불공정행위의 금지)에 해당하는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예술인에게 불공정한 계약 조건을 강요하거나 계약 조건과 다른 활동을 강요하는 행위 △예술인에게 적정한 수익배분을 거부·지연·제한하는 행위를 했다고 신고했다. 또한 문화예술용역계약은 반드시 서면으로 체결해야 하는데 이를 지키지 않은 점도 신고했습니다.
◇ 최휘> 방송작가유니온의 입장을 조금 더 들어보고 싶은데요.
◆ 김언경> 방송작가유니온은 이번참에 “계약서미작성, 불공정행위 등 법제도 위반사항이 있는 외주제작사는 정부기관이 출연하는 각종 공모전에서 감점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한다.”면서 “방송사들도 외주제작사와 용역 계약 체결 시 방송작가를 비롯한 제작사 소속 스태프들과 서면계약을 체결했는지 여부는 필수 요건으로 두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실제로 한국전파진흥협회 등에서 실시하는 공모전의 경우 최근 3년 이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받은 과태료, 과징금 부과 내역을 공개하도록 해 심사 과정에서 반영하고 있다고 합니다. 여기에 ‘예술인 권리보장법’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가 부과하는 과태료를 추가하라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방송작가유니온은 “현행법상 시정명령 미이행 시 최대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는 데 이것 역시 방송작가를 상대로 한 불공정행위로 인해 얻는 사업자의 이득에 비해 부과금액이 미미해 실효적 제재가 어렵다”면서 22대 국회에서 ‘예술인 권리보장법’을 실효성있게 개정해야한다고 강조했습니다.
◇ 최휘> 이번 일을 계기로 방송작가들의 노동환경에 대한 이야기도 다시 재조명 받고 있는데요. 예전부터 많이 이야기가 되어 오긴 했지만, 방송 프로그램 제작 환경 안에서 여전히 달라지지 않고 있는 부분이 많은 것 같아요?
◆ 김언경> 방송 프로그램은 특성상 피디와 작가 두 축으로 제작되는 환경입니다. 같은 프리랜서라도 작가의 고용 여부는 피디가 결정하는 경우가 다수. 특히 더 제작 환경이 열악한 외주 제작사들에서는 방송작가 인력난도 심하다고 전해짐. 워낙 고된 업무 스케줄로 유명한데, 충분한 보상도 이루어지지 않아 더 이상 일을 하려는 사람이 없다는 것. 프리랜서지만 실제 일하는 몸이 ‘프리’하지는 않다. 일은 하지만 프리랜서이기 때문에 연차나 휴가를 쓸 수 없고 야근을 해도 임금으로 보장받을 수 없는 상황을 작가들 대부분이 경험하고 있다. 방송작가는 방송 회차에 맞춰서 임금을 받기에 방송이 나가야 돈을 받는다. 방송이 밀리거나 조기 종영하면 수익도 그만큼 줄어든다. 전국 곳곳에서 방송작가들의 노동자성 인정을 위한 싸움은 계속되고 있다. 방송작가들의 노동권 보장과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은 것 같다.
◇ 최휘> 네 오늘은 여기가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김언경> 감사합니다.
YTN 신동진 (djshin@ytnradi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