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라디오 YTN]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24년 12월 14일 (토요일)
■ 진행 : 최휘 아나운서
■ 대담 :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최휘 아나운서(이하 최휘) : 한 주간 뉴스를 꼭꼭 씹어보는 시간, 미디어 비평입니다. 오늘은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과 전화연결 되어있습니다. 안녕하세요.
◆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이하 김언경) : 안녕하세요.
◇ 최휘 : 지난 3일 비상계엄이 선포된 이후 국민 모두가 참 많은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오늘은 비상계엄과 관련된 언론보도 비평을 하신다고 했는데요.
◆ 김언경 : 네. 그런데 12월 3일부터 시작되었으니 벌써 시간도 많이 지난데다가 그날부터 지금까지 내내 거의 언론의 이슈가 다 비상계엄 관련 보도입니다. 따라서 이에 대한 언론보도를 짚어보는 것은 엄두가 나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보기에 이거는 좀 박제해두고 싶다 생각되는 면, 꼭 짚고 가고 싶다고 생각되는 지점을 가지고 왔습니다.
◇ 최휘 : 네. 굉장히 뜨끔한 지적일 것 같기도 한데요. 어떤 내용일까요?
◆ 김언경 : 사실 제가 미디어인권연구소 뭉클로 활동을 하면서, 정치적인 이슈와 관련된 언론비평은 많이 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정말 하고 싶었던 것이 좋은 보도, 뭉클한 보도를 찾아서 알리는 것이었고요. 또 인권과 관련된 이슈에 대한 언론비평을 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주로 이 코너에서도 주로 이런 아이템을 찾으려고 노력했기 때문인데요. 이번주에는 정치 이슈에 대한 이야기를 피할 수가 없다고 생각되어서 딱 하나 해보려고 합니다. 제가 주목한 것은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한 이후 4일 해제를 하고 나서 대통령실에서 우리 언론에게는 무대응으로 일관하면서 외신에게는 입장을 했습니다. 따라서 다음날인 12월 4일부터 외신에는 대통령실 해명보도가 나오기 시작했는데요. 이런 외신을 우리 언론이 어떻게 받아썼는지 살펴보았습니다.
◇ 최휘 : 네. 그런데 비상계엄과 관련되어서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왜 그 사안을 주목해 해당 언론보도를 살펴보고자 하셨을까요?
◆ 김언경 : 제가 이를 살펴보고 한 이유는 이렇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선포한 비상계엄은 실질적·절차적 요건을 갖추지 못해 위헌 위헌 위법성이 있다는 것은 지금 많이 드러났습니다. 그러나 12월 4일이라는 시점으로 되돌아가서 언론인의 입장에서 본다면 조금 더 조심스럽게 관련 사안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언론인 입장에서 바라보겠습니다. 그렇게 백보 양보 하더라도 3일 윤 대통령이 말한 “야당의 탄핵 내지 탄핵 시도로 행정 및 사법 기능의 수행이 현저히 곤란해졌다”고 했으나 이는 비상계엄의 사유가 될 수 없으며, 실제로 당시 상황이 비상계엄의 요건이 될 수 있는 혼란상태, 그러니까 전시, 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상황이 아니었음이 명백했습니다. 따라서 이 정도에 대한 대통령 행위에 대한 판단은 분명하게 있어야 했습니다. 또한 내란 당일 발표된 포고령에는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 활동을 금한다”는 조항(1호1항)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의회와 정당의 활동은 헌법과 계엄법이 정한 ‘특별조치 대상’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 비상계엄은 기본적으로 위법적인 조치였습니다.
그런데 대통령이 이런 위헌적 위법적 행위를 국민에게 한 뒤 아무런 공식적 해명도 하지 않고 있으면서 정작 외신과는 소통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 해명이 황당하게도 “계엄 선포는 헌법을 위배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뤄졌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언론은 이를 어떻게 보도했어야 했을까요? 저는 마땅히 매우 비판적으로 대통령실의 행태를 보도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이에 대한 언론보도에 주목해보았습니다.
◇ 최휘 : 네. 그럼 언론보도가 어땠나요?
◆ 김언경 : 제가 평소 빅카인즈에서 주로 검색하는데요. 이번에는 그냥 네이버 뉴스검색에서 추출했습니다. 검색어를 ‘로이터 비상계엄 해명’으로 해서 관련 보도를 모두 보고 그중에서 보도 내용중 한두마디 관련 내용이 들어간 경우는 제외하고 보도 제목에 관련 내용이 주로 들어간 경우만을 뽑아봤습니다. 그렇게 이 내용을 주된 내용으로 다룬 보도는 38건이었습니다. 주로 12월 4일에 관련 보도가 많았고요. 12월 5일자에 8건, 6일에 1건이었습니다. 주목할만한 것은 보도 제목에서 이 해명이 거짓이라는 표현, 또는 사실과 다른 해명이라는 표현이 들어간 것은 미디어스뿐이었습니다. 미디어스는 6일 <대통령실, 국내 언론엔 입 닫고 외신에 거짓 해명 남발>에서 “대통령실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 이후 국내 언론 취재를 피하면서 외신을 상대로 '합법적 계엄'을 강조하는 언론플레이를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보도는 대통령실의 입장을 받아쓴 로이터, 워싱턴포스트 등의 외신을 전했습니다. 이어 대통령실 해외언론비서관실의 "국회의원 과반 이상이 찬성하면 비상계엄 해제되는 것 아닌가. 요구 조건 알고 있었지만 의원들 국회 출입 통제하지 않았다", "국회가 동의 여부를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진입을 막지 않았던 것", "계엄 해제 요구안이 가결됐을 때 군을 즉각 철수를 했다", "이런 액션들이 다 합법적인 틀 안에서 할 수 있는 모든 행동을 했다"는 주장을 전했습니다. 이후 윤건영 의원의 "거짓말도 정도껏 하라", "국회를 둘러싸고 있었던 경찰 병력은 무엇인가. 경찰을 피해 우원식 국회의장은 왜 자기 집과 같은 국회 담장을 넘어야 했나"라고 비판도 함께 실었습니다. 또한 보도 내에 “지난 3일 밤 11시 발표된 계엄사 포고령 제1호에는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헌법과 계엄법 어디에도 계엄을 통해 입법부의 활동을 금지할 수 있다는 내용은 없습니다. 오히려 헌법과 계엄법은 전시·사변 등 비상사태에서 계엄이 선포되더라도 국회의 계엄 통제권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윤석열 정권은 위헌·위법적 계엄령에 이어 최정예 참수부대를 국회에 난입시켰다.”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이 보도를 보면 대통령실이 외신에 한 주장이 얼마나 형편없는 변명이며 거짓해명인지 분명하게 국민이 알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 보도는 소제목으로도 <김용현 면직 브리핑 하면서 기자 질문은 무시 "속 터질 지경">, <외신에는 일일이 전화… "합법적 행동" "국회 진입 막지 않아">로 뽑아 국내 기자들과 소통하지 않고 있다는 문제를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보도는 다른 언론에서는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 최휘 : 그렇군요. 또 다른 문제점은 어떤 것을 짚어보셨나요?
◆ 김언경 : 비상계엄이 발표된 날 저도 매우 놀랐습니다. 그러나 저는 뉴스를 보고 유튜브를 찾아서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인지 정보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길보라 감독이 SNS에 쓰신 글을 보고 저처럼 비장애인의 경우와 달리 장애인은 정보 접근에서 더 어려움이 있었다는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먼저 비상계엄 관련한 언론보도 비평 이전에 이 이야기부터 해보려고 합니다.
◇ 최휘 : 이길보라 감독은 부모님이 농인으로 코다라고 알려져 있지요. 그분이 글을 쓰셨다고요.
◆ 김언경 : 이길보라 감독은 4일에 “어젯밤, 계엄이란 단어를 듣자마자 가족에게 영상전화를 걸었습니다. 농인 부모님은 뉴스를 봐도 무슨 상황인지 전혀 이해하지 못할 거 같아 수어로 설명하려 했습니다. 어제 내가 봤던 방송사의 뉴스 속보에는 수어 통역이 제공되지 않았습니다. 재난 상황에서 농인의 정보접근권 현실이 이렇습니다. 광주 5.18 때 가장 먼저 맞아 죽은 농인 김경철 씨를 떠올렸습니다. 이제껏 농인 부모가 처한 복지와 돌봄의 사각지대를 나와 동생이 메워왔는데, 바다 건너에서 아무 것도 할 수 없어 참담하고 복잡했다.”라고 썼습니다.
◇ 최휘 : 3일 당일에 뉴스 속보들이 수화가 나오지 않았다는 것인가요?
◆ 김언경 : 제가 방송사별 뉴스특보를 직접 확인해봤는데요. 12월 3일 당일 비상계엄 선포 담화 당시 수화가 포함된 방송사는 KBS뿐이었던 것으로 확인됩니다. 그리고 제 페북 친구가 SBS가 뉴스특보 중에 수어통역을 했다고 사진을 찍어서 제보를 했는데요. 이 당시에는 이미 상황이 마무리된 지 6시간 이후였더라고요. 그러니까 급박한 상황에서 수어통역이 나온 것은 KBS뿐 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코다코리아도 성명을 발표했는데요. 12월 3일 밤, 비상계엄 특별 담화 생중계 당시 TV, 신문 기사 등의 매체를 통해 급속히 퍼졌으나 수어통역은 제공되지 않았고 문자통역 또한 제한적이었습니다. 소식을 먼저 접한 농인의 자녀인 코다는 급박히 농인 부모에게 연략해야 했다고 밝혔습니다. 코다코리아는 "청인들이 비상계엄 이후 무엇을 해야 할지 논의하고 행동에 옮길 때, 농인들은 그것이 무엇인지 몰라 여전히 설명을 필요로 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재난과 참사가 모두에게 공평하지 않은 것처럼 계엄이라는 무게와 강도 역시 모두에게 같지 않다. 절차를 무시한 반헌법적인 비상계엄이라는 문제와 함께 농인을 포함한 장애인, 사회적 소수자, 그의 가족이 처한 막막하고 참담한 현실을 함께 보완할 것을 요구한다"라고 지적했습니다.
◇ 최휘 : 그렇군요. 이길보라 감독께서 광주 5.18 당시 사망한 농인 김경철 씨를 떠올렸다고 쓰신 문구가 참 마음에 남네요.
◆ 김언경 : 그렇습니다. 김경철 열사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에 의해 두 번째로 사망한 희생자입니다. 사실 김경철 열사는 오랫동안 광주의 첫 번째 희생자로 인정되었는데요. 그동안 김경철 씨가 광주의 첫 번째 희생자로 인정됐지만 올해 3월에 ‘5.18 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 전북대학교 농학과에 재학 중이던 이세종(당시 20세) 열사가 첫 희생자인 것으로 공식 확인했습니다. 둘의 사망 시간은 1시간 가량 차이납니다. 김경철 씨는 농인 제화공이었습니다. 김경철 씨는 5월 18일 그날, 광주 시외버스터미널에 있었습니다. 딸의 백일잔치가 끝나고 귀가하는 친척을 배웅한 뒤 돌아가는 중이었습니다. 공수부대원이 보이자 시민들이 소리를 지르며 달아났지만 김경철 씨는 소리를 듣지 못해 상황 파악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7공수여단 부대원들에게 붙잡혔습니다. 김경철 씨는 ‘장애인증’을 내밀었으나 군인들은 “꾀를 쓴다”며 무차별적으로 구타했고 연행된 후 적십자 병원에서 1980년 5월 19일 새벽 3시에 숨을 거뒀습니다. 당시 진료비 청구서의 금액이 2100원밖에 안되는 그리 크지 않은 금액이었던 것을 보면 의사가 손써 볼 틈도 없이 심각한 상해를 입은 것으로 보입니다. 고인의 사인명은 제가 말씀드리기 힘들 정도로 처참했습니다.
이런 역사적 경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코다코리아는 "'계엄'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다급하게 도망치는 이들 사이에서 말귀를 못 알아듣는다는 이유로 얻어맞는 농인과 각자의 농인 부모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던 것입니다.
◇ 최휘 : 비단 이번 비상계엄 사태가 아니더라도 장애인들은 정보 취득에 어려움을 겪는데요.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 정부에서 많은 지원도 하고 있고 여러 가지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도 아직 우리 현실은 그렇지 못한가 봅니다.
◆ 김언경 : 그렇습니다. 지난 2022년 국회입법조사처 '이슈와 논점'에 실린 '비대면 시대 시청각장애인의 방송미디어 접근성 현황과 개선과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시각장애인은 평일에 3.7시간 TV를 보는데 화면해설방송이 제공되는 건 2.2시간으로 59%에 그쳤다. 청각장애인도 평일에 3.8시간 TV를 시청하지만 자막방송은 61%인 2.3시간만 제공됐다고 합니다. 제가 검색을 하다보니 11월 15일 방통위는 시각․청각장애인 등 소외계층을 위해 개발한 재난정보 미디어 서비스 기술(이하 ‘소외계층 재난방송 기술’)을 점검하고 제주KBS 재난방송망을 통해 관련 기술을 적용하는 등의 시연회를 개최했다고 합니다. 22년부터 정부 R&D 연구과제로 ETRI가 개발해 온 ‘소외계층 재난정보 기술’은 재난정보를 신속하게 아바타 수어 영상, 음성해설 등 장애인 방송으로 변환하여 제공해서 정보 취약계층에 재난정보를 빠르고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시스템이라고 합니다. 이번 시연회에서는 그동안 개발해 온 소외계층 재난정보 기술을 KBS UHD 상용망을 통해 현장에 적용함으로써 상용화를 위한 보완 사항을 점검하고, 휴대전화, 블루투스 스피커 등 개인 단말기를 통해서도 소외계층 재난정보 기술을 구현함으로써 재난정보 접근 경로를 다양화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시도들이 조금 더 빠르게 더 많은 언론사에서도 시도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고요. 물론 비상계엄이라는 이런 초유의 사태가 다시 있어서는 안되겠지만, 이와 같은 상황에서도 마땅히 장애인을 위한 서비스가 제대로 이루어졌어야 했다는 점 분명하게 말씀드립니다.
◇ 최휘 : 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김언경 : 감사합니다.
◇ 최휘 : 지금까지 김언경 뭉클미디어인권연구소장이었습니다.
YTN 장정우 (jwjang@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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