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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은의 영화이야기] 당신이 ‘호프’에서 바라는 것은, ‘호프’

2026.07.28 오전 11:00
영화 호프│2026
감독 : 나홍진 │ 주연 : 황정민, 조인성, 정호연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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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은의 영화이야기] 당신이 ‘호프’에서 바라는 것은, ‘호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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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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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은의 영화이야기] 당신이 ‘호프’에서 바라는 것은, ‘호프’
​▲ 영화 <호프> 포스터


나홍진 감독의 신작, ‘호프’에 대한 갑론을박이 뜨겁다. 이전에도 호불호가 극단적으로 갈리는 영화들은 종종 있었지만, 이번만큼 논쟁적이었던 경우는 심형래 감독의 ‘디 워’(2007) 이후 처음이 아닌가 싶다. 이번 논쟁은 영화에 실망한 관객들이 자신과 다른 관점을 가진 평자에게 공격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심화되기도 했다. 그만큼 한국 영화 최대 제작비 투입, 나홍진 감독의 10년 만의 신작이라는 수식어는 이 영화가 애초에 관심만큼의 부담까지 감내해야 할 운명임을 말해준다. 영화에 대한 평가는 기대감과 상응하기 마련이다. ‘호프’에 무엇을 얼마나 기대했는지에 따라 평가는 나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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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은의 영화이야기] 당신이 ‘호프’에서 바라는 것은, ‘호프’
​▲ 영화 <호프> 스틸컷


‘호프’는 이성이 마비된 자리에 남는 원초적 공포와 물리적 타격감에 집중하는 영화다. 나홍진 감독은 1970-80년대, 비무장지대 인근의 호포항에 외계 생명체라는 이질적 요소를 투척한다. 지극히 폐쇄적인 시대와 토속적인 공간, SF 크리처 장르의 조합은 그 자체로 파격이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영화의 배경조차 리얼리즘이 배제된 가상의 시간과 공간일 뿐이다. 마을 주민들이 다양한 총과 실탄을 소유하고 있다는 점이나 시대와 맞지 않는 연식의 자동차들이 등장한다는 점, 숲의 이국적 풍경 등은 영화가 의도적으로 배경을 모호하게 만들고 있음을 말해준다. 이러한 불확실성은 외계인의 등장과 별개로 관객을 불안하게 만드는 요소로 작동하며, 영화가 리얼리티나 물리적 법칙, 나아가 장르적 관습이나 서사의 개연성까지도 따르지 않을 것임을 예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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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은의 영화이야기] 당신이 ‘호프’에서 바라는 것은, ‘호프’
​▲ 영화 <호프> 스틸컷


다시 말해, ‘호프’는 한 프레임 안에 조화되기 어려운 것들을 가둬놓고 폭주하는 롤러코스터에 태움으로써 놀라운 영화적 경험을 선사하는 영화다. 세 번의 액션 시퀀스는 이 영화가 전달하는 쾌감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초반부 읍내를 배경으로 한 액션신에서는 낮은 건물들, 컴컴한 실내로 시야를 제한함으로써 서서히 압박감을 끌어올리다가 외계인의 등장 이후 폭발적인 파괴력과 속도감을 전시한다. 이 장면은 FPS/TPS 등 슈팅게임의 앵글을 활용해 관객들이 현장에 던져진 듯한 체험을 하게 하고, 외계인을 처음 접한 마을 주민들, 특히 ‘범석’(황정민)과 ‘성애’(정호연)의 충격과 공포에 이입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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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은의 영화이야기] 당신이 ‘호프’에서 바라는 것은, ‘호프’
​▲ 영화 <호프> 스틸컷


두 번째 액션신은 흙과 이끼로 뒤덮인 울창한 숲을 배경으로 하는 만큼 보다 원초적인 감각을 자극한다. 이 신에서는 말을 탄 사냥꾼들과 외계인들의 혈투가 펼쳐진다. 여기서 고속 슬라이더 시스템을 활용한 촬영은 카메라가 땅 위로 낮게 날아다니는 듯한 효과로 인간과 외계인의 시점을 오가며 사냥터가 된 숲속 한복판의 현장감을 그대로 전달한다. 쓰러진 범석 위로 외계인이 지나가는 장면처럼 숲의 지형지물을 이용한 서스펜스 또한 압권이다. 자동차와 말이 평행하게 도로 위를 질주하는 마지막 액션 시퀀스는 탁 트인 공간을 활용해 속도감을 최대치로 끌어올린다. 웨스턴과 SF가 액션 블록버스터와 결합해 전에 없던 시각적 쾌감을 제조해 낸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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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은의 영화이야기] 당신이 ‘호프’에서 바라는 것은, ‘호프’
​▲ 영화 <호프> 스틸컷


그러나 ‘호프’에서 정교한 서사를 바란다면 실망할 수 밖에 없다. 이 영화의 중추는 강력한 미지의 존재 앞에 놓인 인간의 원초적 반응 및 대응에 있으며, 외계인의 정체나 기원에 대한 설명은 철저히 배제된다. 인물들이 끊임없이 내뱉는 욕설이 충격적 상황에서 터져 나오는 인간의 본능적 감탄사에 가까운 것처럼, 영화는 관객들 또한 지성적, 논리적 사유를 멈춘 채 화면을 압도하는 액션에 몰입하기를 권한다. 역사화 비평의 기준으로는 인상주의 그림을 평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완성도 높은 내러티브를 바랐던 관객들은 목적이 완전히 다른 이 영화에 실망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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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은의 영화이야기] 당신이 ‘호프’에서 바라는 것은, ‘호프’
​▲ 영화 <호프> 스틸컷


흥미로운 사실은 영화에 대한 호불호와 별개로 관객들이 자체적으로 서사의 구멍을 채워 나가는 놀이를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것은 ‘왕과 사는 남자’를 보고 영월을 방문한다든가 ‘살목지’를 보고 곧장 살목지로 달려간다든가 하는 것처럼 영화의 텍스트를 영화관 밖으로 확장하는 능동적인 유희라는데 의의가 있다. ‘호프’의 세계관을 완성하려는 놀이는 감독의 의도를 철저히 무시하면서 롤랑 바르트가 말한 ‘저자의 죽음’을 입증하기도 하고, 반대로 영화가 던져놓은 밑밥들을 꿰어내면서 오히려 감독의 권위를 높이기도 하는 등 다양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그 기저에 ‘불호’가 깔려 있다 해도 업계 불황의 시기에 한 편의 영화가 화두의 중심에 서고, 이슈를 만들어내는 현상 자체는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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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은의 영화이야기] 당신이 ‘호프’에서 바라는 것은, ‘호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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