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16강에 진출했다. 일본은 28일 벌어진 폴란드와의 H조 최종전에서 졸전 끝에 1대 0으로 패배하고도 동시에 진행된 세네갈 대 콜롬비아에서 콜롬비아가 승리를 거두면서 조 2위로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H조 2위 일본과 3위 세네갈은 승점과 골 득실 차이까지 같았다. 하지만 얼마나 공정한 경기를 했는지 따지는 '페어플레이' 점수에서 일본이 세네갈을 앞서면서 일본은 조 2위를 차지할 수 있었다.
후반 막판 일본의 플레이는 실망스러웠다. 후반 초반, 일본이 폴란드에 한 골을 허용하고 타 구장에서 진행되는 세네갈과 콜롬비아가 무승부라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는 찰나의 재밌는 경기가 이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곧 콜롬비아가 한 골을 넣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일본은 마음의 안정을 찾은 듯 볼을 돌리며 시간을 끌었다.
중간에 교체돼 경기에 나온 하세베 마코토는 '시간 끌기'를 진두지휘하며 파울만 조심하라는 얘기를 선수들에게 전했다. 관중들은 일본에 야유를 퍼붓고 심지어 중간에 경기장을 빠져나가기까지 했지만 16강 진출이라는 목표만을 생각한 일본 선수들은 감독의 시간 끌기 작전 지시를 묵묵히 수행했다.
이미 16강 탈락이 확정된 폴란드 역시 마지막 경기에 별다른 의지를 보이지 않으면서 경기 전체가 지루해졌다. 폴란드는 끝까지 무력한 모습을 보이면서 이번 대회에서 왜 폴란드가 이른 탈락을 확정하게 됐는지 스스로 증명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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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의 축구 중계자들과 해설자들도 비판에 가담했다. 영국 BBC 패널들은 "이번 월드컵에서 가장 황당한 경기였다"며 "옐로카드로 16강 진출팀이 갈리면 안 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경기"라고 평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의 축구 전문 기자 폴 도일은 경기를 관람한 뒤 "일본 축구 팬들도 이 똥은 치울 수 없을 것"이라는 한 줄 평을 남겼다. 일본 팬들이 앞서 경기가 끝나고 축구장을 청소했던 행동을 염두에 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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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에서는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 우리나라가 독일을 상대로 추가시간에 두 골을 뽑아내리라고 누가 예상했는가. 결과적으로는 일본이 진출에 성공했지만, 세네갈이 추가 시간에 한 골만 만회했더라도 일본은 그대로 탈락하게 될 수도 있었다.
물론 일본의 16강 진출은 대단한 업적이다. 하지만 이번 조별 예선 경기 최고의 '비매너 플레이'를 한 국가가 페어플레이 점수로 16강에 진출했다는 사실은 정말로 아이러니하다.
YTN PLUS 정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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