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전공의들이 지난 2020년 당시와 달리 파업이 아니라 사직서 제출을 택한 데는 '업무개시명령'을 피하기 위한 방법이 깔려 있습니다.
정부는 집단 사직이 불법이라고 보고 업무개시명령을 내리고 있는데 전공의들은 이마저도 송달을 피하는 등의 방법을 쓰고 있습니다.
취재기자와 자세한 상황 알아보겠습니다. 조용성 기자!
전공의들이 파업 대신 사직이라는 집단행동에 나선 배경부터 설명해주시죠.
[기자]
네, 오늘 오전에 중앙사고수습본부가 밝힌 대로 100개 수련병원에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는 어젯밤 기준으로 74.4%에 이릅니다.
근무이탈로 업무개시명령을 발령받은 사람은 이제 6천 명을 넘어섰는데요.
지난 2020년에는 전공의들이 파업에 나섰던 것과는 달리 이번에는 '사직서'를 내고 병원을 떠나는 방식의 집단행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집단행동 방식의 변경에는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을 피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습니다.
파업을 선언하고 병원을 떠날 경우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에 따라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법적인 조치를 받게 되는데요.
의사들은 '사표'를 내고 직장을 떠나는 것이기 때문에 정부에서 관여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 겁니다.
[앵커]
그래도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을 내리지 않았습니까?
[기자]
네, 정부는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 역시 불법이라고 보고 있는데요.
그래서 업무개시 명령이 가능하다는 입장입니다.
그런데 전공의들은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을 피하는 방법도 쓰고 있는데요.
일부 전공의들은 SNS나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업무개시명령에 대한 대처법도 공유하고 있습니다.
'업무개시명령 어떻게 대처할까요'라는 제목의 게시물을 보면 송달 종류별로 대처 방법과 사직 사유 작성법 등에 대해 안내하고 있습니다.
업무개시명령에 대한 송달을 받지 않으면 명령 효력이 발행하지 않는다고 보고, 이른바 '회피' 전략을 취하라는 겁니다.
"우편송달은 당사자의 수령 서명이 완료된 즉시 효력이 있으나 서명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다"거나 "절대로 문 열어주지 말고, 서명하지 말라", "모르는 전화 받지 말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앵커]
아예 업무에 복귀한 것처럼 가짜로 꾸미는 사례도 있나 보군요?
[기자]
네, 일부 전공의들이 현장 점검의 눈을 피하는 방식으로 업무에 복귀한 것으로 꾸미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업무개시명령을 받은 전공의 가운데 일부가 병원에 들러 전산망에 접속해 간단한 진료 처방만 하는 건데요.
전산상으로 실제 일한 것처럼 흔적을 남기는 겁니다.
[김국일 / 중수본 비상대응반장 : 전공의들이 업무개시명령을 받고 일시 복귀하는 사례가 현장점검을 가면 파악이 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에도 업무개시명령의 요건에 환자의 진료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실제 이처럼 업무개시명령을 받고 복귀한 이들 중 상당수가 일은 하지 않는다는 보도가 잇따르면서 실제 의료공백은 더 큰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옵니다.
[앵커]
그런데 실제로 위법하다고 볼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법적으로 입장이 갈리는 것 같습니다.
[기자]
네, 쟁점은 업무개시명령 전달과 수령에 있습니다.
업무개시명령서를 교부했다고 해서 바로 효력이 생기지는 않습니다.
정부는 문자와 우편, 수련부장 통보 등 3가지 방식으로 명령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원칙적으로는 의사들에게 직접 명령서가 송달돼야 명령의 효력이 생기기 때문에, 휴대전화를 꺼뒀을 때의 송달 여부를 두고 논란이 될 수 있습니다.
[임주혜 / 변호사(19일 뉴스라운지) : 정부 측에서는 문자를 보내두면 도달된 것으로 보겠다, 발송만으로 도달된 것으로 보겠다고 한다면 이와 관련해서 과연 도달됐다고 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논의가 가능한 상황입니다.]
파업이 아닌 사직으로 집단행동에 나선 전공의를 처벌할 수 있는지도 관심입니다.
사직서를 제출한 것은 단순 의사 표시로 보더라도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업무개시명령을 거부한 점은 위법이라는 게 중론입니다.
[신현호 / 변호사 (의료법 전문) : 단순 가담자들한테 대해서까지 책임을 묻기는 어려울 수는 있어요. 그런데 이론적으로는 전체가 공모해서 업무를 방해한 거거든요.]
법적인 유효성 공방이 정부와 의사들 사이의 머리싸움 양상으로까지 번지면서 뒷전으로 밀려난 환자들은 씁쓸한 모습입니다.
지금까지 사회정책부에서 YTN 조용성입니다.
YTN 조용성 (choys@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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