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 병원에 근무 중인 의사가 의료계 집단행동에 동참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동료 의사들에게 온라인상에서 집단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일 누리꾼 A씨는 자신의 개인 블로그를 통해 서울대병원 소아과의 예비 전공의였던 20대 일반의라고 스스로를 소개하고, 현재 서울 모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밝히며 자신이 당한 집단 괴롭힘을 폭로했다.
A씨는 "특정 익명의 의사 커뮤니티에서 몇주간 지속적으로 실명을 포함한 신상정보 공개, 허위사실을 포함한 명예훼손, 협박, 각종 모욕과 욕설을 포함하는 극단적인 집단 린치를 당하고 있어 이를 폭로하고 도움을 구하고자 글을 쓰게 됐다"고 했다.
그가 공개한 의사 커뮤니티 캡처 사진에는 '동료 등에 칼을 꽂고 신나?', '선배들을 다 죽이고 그 원한을 그대로 가져갈텐데 멀쩡하게 수련받을 수 있겠나' 등 A씨를 '부역자'라고 비난하는 내용이 쓰여 있었다. 심지어 A씨의 부모를 노골적으로 욕하는 댓글도 있었다.
A씨는 지난달 초부터 서울 한 병원에 일반의로 지원했고, 정형외과에 배정돼 근무를 시작했다. 근무를 시작한 직후부터 의사 커뮤니티에서 자신의 실명 또는 초성을 언급한 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면접관께서 이전 근무자들이 협박 전화를 받고 그만뒀는데 괜찮을지 물어보셨으나 당시에는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며 "동기 선생님이 제게 (커뮤니티에) 글이 올라온 것을 알려준 뒤 그분은 바로 그만뒀고, 저는 그만둘 수 없어 계속 근무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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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가 공개한 익명 의사 커뮤니티 글
앞서 의사 커뮤니티에서 의료계 집단행동에 동참하지 않는 의사들을 향한 비난 여론이 형성됐다. 특히 이곳에서 활동하는 한 전공의가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의사들의 실명을 악의적으로 공개한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유포해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A씨는 이러한 일이 오늘날까지 계속해서 이어졌고, 의사 커뮤니티의 익명 보호 정책으로 인해 상황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고 했다. 특히 '감귤'이라는 용어가 처음에는 수련병원에서 일하는 수련의만을 지칭했으나, 나중에는 수련병원에서 일반의로 근무하는 촉탁의(계약 의사)도 비난의 대상이 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필요에 의해 직장을 구했고, 누군가한테 피해를 주려던 것도 아닌데 갑자기 수백 명이 조롱하고 비난하는 게 이해가 가질 않는다"며 "갑작스레 닥친 일이 여전히 믿기 어렵고, 비난과 허위사실 정도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A씨는 현재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해 수사가 진행 중이라면서도 "수사관님도, 변호사 사무실에서도 개인의 힘으로는 성공하기 힘들것이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했다. 또 의사 커뮤니티에 측에서는 A씨가 11월 16일에 보낸 메일에 아직까지도 답장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이 사건과 관련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에 '특정 의사 익명 커뮤니티에 대한 조사 및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의 개정에 관한 청원'이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와 100명 이상의 동의를 받은 상황이다. 곧 공개 청원으로 전환을 앞두고 있다.
디지털뉴스팀 이유나 기자
YTN 이유나 (lyn@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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