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았던 한덕수 국무총리가 탄핵으로 직무정지가 되는 초유의 상황을 불러온 배경으로, 헌법재판관 임명 문제가 꼽힙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조기 대선 가능 여부와 직결되는 문제라 양보 없는 수 싸움이 이어지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정치권이 자가당착에 빠졌다는 지적도 적잖습니다.
김경수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탄핵안 발의 직전까지 고심했던 민주당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에 나서게 된 결정적 계기는 헌법재판관 임명 문제였습니다.
현재 공석인 재판관 3명의 임명 여부를 여야가 합의해달라는 한 대행의 대국민 담화에 민주당이 즉시 탄핵절차에 돌입한 겁니다.
[박찬대 /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26일) : 권한대행이 아니라 '내란대행'임을 인정한 담화였습니다.]
민주당은 한 총리 뒤를 이어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된 최상목 경제부총리를 향해서도 조속히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라고 압박했습니다.
최 부총리가 거부하면 대행직을 물려받을 국무위원들을 '연쇄 탄핵'해야 한단 주장까지 나왔습니다.
[장경태 / 더불어민주당 의원(27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 만약 (그 상황이) 된다면 저는 여러 명의 국무위원을 함께 탄핵시켜야 된다고 봅니다.]
잇따른 탄핵이 혼란을 키울 우려가 있는 걸 알면서도 민주당이 강공에 나선 건 시간을 늦추면 안 된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헌법재판소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결과가 조속히 나와야 정국과 경제를 안정시킬 수 있다는 게 표면적 이유입니다.
[이재명 / 더불어민주당 대표(27일) : 내란세력의 신속한 발본색원만이 대한민국 정상화의 유일한 길입니다.]
동시에 여권의 노림수에 그대로 당하지 않겠다는 방어 심리도 읽힙니다.
헌재 결론이 늦어지고 이재명 대표의 선거법 유죄 확정판결이 먼저 나와 대선 출마가 불가능해지는 상황은 막겠단 취지라는 분석입니다.
[김민석 /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27일) : (헌법재판관) 6명으로 가다가 4명이 되길 기다려 아예 내란심판 원천 불가와 권한대행 영구지속의 대혼란으로 가자는 겁니까?]
하지만 국민의힘은 헌재 결론이 나오기 전엔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헌법재판관 임명 권한이 없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습니다.
단 1명이라도 반대하면 탄핵 인용이 어려운 현재의 6인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속내로 풀이됩니다.
다만, 법조계에서 임명 권한이 있다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은 건 부담입니다.
[조한창 / 헌법재판관 후보자(국민의힘 추천, 24일) : (민주당 김기표 의원 : 권한대행이 임명해야 된다는 것이 후보자 본인의 생각이지요?) 네, 그것이 헌법 규정에 합당한 것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또 권한대행이 재의요구권, 즉 거부권은 행사하면서 국회가 추천한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는 형식적 절차를 밟지 않는 건 이율배반이란 비판도 만만찮습니다.
[정춘생 / 조국혁신당 의원(27일) : 국회의원 당선인에 대해 중앙선관위원장이 당선증을 발급해주지 않겠다는 것과 똑같습니다.]
계엄 사태 이후로 20일 넘게 혼란이 이어지고 있지만, 각자의 이해득실을 우선시하는 모습에서, 우리 정치의 민낯이 드러나고 있다는 평가가 적지 않습니다.
YTN 김경수입니다.
촬영기자 : 이상은 이승창
영상편집 : 양영운
YTN 김경수 (kimgs85@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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