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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만찬', 이번엔 한국 차례인가...한화의 KAI 인수가 던지는 질문 [한방이슈]

한방이슈 2026.07.27 오후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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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미국 펜타곤.

레스 애스핀(Les Aspin) 국방장관과 윌리엄 페리(William Perry) 부장관이 미국 주요 방산업체 CEO들을 저녁 식사에 초대했습니다.

식사가 끝난 뒤, 짧고 차가운 메시지가 CEO들에게 날아들었습니다.

"냉전은 끝났고, 국방예산은 급감할 것이며, 정부는 지금의 방산업체 수를 감당할 수 없다"

한마디로 "절반 이상은 사라질 것이니 알아서 합쳐라"는 통보였습니다.

당시 그 자리에 있던 방산업체 마틴 마리에타(Martin Marietta)의 CEO 노먼 오거스틴(Norman Augustine)은 이 만찬에 이름을 붙였습니다.

'최후의 만찬(The Last Supper)'.

[노먼 오거스틴 / 미 공영라디오 NPR 'On Point' (2023년 3월 1일) : 적어도 제가 아는 한, 그런 저녁 식사는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기자들이 초대 이유를 묻자,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이건 최후의 만찬이었구나']

이후 미국의 주요 방산업체 51개는 인수합병의 소용돌이 속에 단 5개로 재편됐습니다.

록히드마틴(Lockheed Martin), 보잉(Boeing), 레이시온(Raytheon), 제너럴 다이내믹스(General Dynamics), 노스럽 그러먼(Northrop Grumman).

오늘날 세계 방산 시장을 지배하는 공룡들은 그렇게 태어났습니다.

그리고 30여 년이 지난 지금, 한국 방산업계에 비슷한 질문이 도착했습니다.

한화그룹이 한국항공우주산업, KAI를 품어야 하는가.

한화그룹는 올해에만 KAI 지분 매집에 1조 원 이상을 투입하며 2대 주주에 올라섰고, 매집은 지금 이 순간에도 진행형입니다.

한쪽에서는 'K-방산 국가대표의 탄생'을, 다른 한쪽에서는 '방산 독점'을 말합니다.

논쟁의 실체를 하나씩 뜯어보겠습니다.
 
 
조용한 매집, 시끄러운 논쟁

시작은 조용했습니다.

지난해 하반기, 한화시스템이 KAI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했습니다.

올해 3월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계열사들의 합산 지분이 4.99%까지 올라왔습니다.

공시 의무가 발생하는 5%의 문턱, 바로 아래였습니다.

5월, 한화그룹은 문턱을 넘었습니다.

지분율 5%를 돌파하면서 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에서 '경영 참여'로 바꿔 공시했습니다.

의도를 공식화한 겁니다.

이후 매집 속도는 더 빨라졌습니다.

6월 중순 지분율 9%를 넘기며 국민연금을 제치고 2대 주주에 올라섰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달 초 5천억 원 규모의 추가 매입을 당초 계획보다 앞당겨 마무리했습니다.

올해에만 1조 원을 투입한 결과.

7월 13일 기준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AI 지분은 9.9%, 한화시스템의 1.53%, 미국 항공엔진 법인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USA의 1.01%를 더하면 그룹 합산 지분율은 12.44%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이번에는 한화시스템이 바통을 이어받았습니다.

한화시스템 이사회는 연말까지 5천억 원 한도에서 KAI 주식을 추가로 사들이기로 결의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한화시스템의 지분율은 4.73%(7월 7일 종가 기준)까지 오릅니다.

한도를 모두 채우면 한화그룹의 KAI 지분율은 최대 15.64%, 그룹 차원의 투자액은 총 1조 5천억 원에 이릅니다.

이 숫자에는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공정거래법상 대기업집단이 상장사 지분을 15% 이상 취득하면 기업결합신고 대상이 되고, 공정거래위원회의 독과점 심사가 시작됩니다.

지금까지의 매집이 그 기준선 아래에서 이뤄졌다면, 이제 한화그룹은 심사대에 오르는 것까지 선택지에 올려놓은 셈입니다.

물론 한화시스템은 "5천억 원이 최대한도일 뿐"이라며 신중한 입장입니다.

주가가 오르면 한도를 다 써도 15%에 못 미칠 수 있고, 기업결합신고를 피하기 위해 15% 미만을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주목할 부분은 한화시스템이 밝힌 매입의 이유입니다.

방산이 아니라 "항공·우주 분야의 시너지"를 앞세우며, "우주산업 투자와 기술 개발에서 KAI와 협력할 부분이 많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렇다면 매집의 종착지는 어디일까요?

KAI의 최대주주는 지분 26.41%를 보유한 한국수출입은행, 즉 국책은행입니다.

올해 상반기 주가 기준으로 이 지분의 가치는 단순 계산으로도 약 4조 원에 이릅니다.

한화그룹도 굳이 숨기지 않습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정부 주도의 KAI 민영화가 공론화될 경우 정부 정책 방향에 맞춰 인수 또는 통합 추진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물론 넘어야 할 관문이 있습니다.

방산업체의 최대주주가 바뀌려면 산업통상부 장관의 승인이 필요하고,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도 통과해야 합니다.

정부가 판을 열어주지 않으면 성립할 수 없는 거래라는 뜻입니다.
 
 
전쟁이 바꾼 판

그런데 왜 하필 지금일까요?

답은 지난 몇 년간 세계에서 벌어진 전쟁들에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의 연쇄 분쟁을 거치며 세계는 재무장의 시대에 들어섰습니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 SIPRI에 따르면 "2024년 세계 군사비 지출은 2조 7천억 달러를 넘어 전년 대비 9.4% 급증"했습니다.

냉전 종식 이후 최대 증가폭입니다.

나토(NATO) 회원국들은 국방비를 GDP의 5%까지 끌어올리기로 합의했습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 2% 목표조차 지키지 못하던 나라들이 말입니다.

이 흐름의 최대 수혜자 중 하나가 'K-방산'입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방산수출 수주액은 154억 달러, 우리 돈 약 22조 원으로 전년보다 62.5% 늘었습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 KAI, LIG넥스원. 이른바 방산 빅 4의 수주잔고 합계는 100조 원을 돌파했습니다.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올해 방산 수출이 270억 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고 전망합니다.

숫자만 보면 호황입니다.

하지만 판이 커진 만큼, 게임의 규칙도 달라졌습니다.

각국은 이제 무기 하나를 사지 않습니다.

현지 생산과 기술 이전, 금융 지원, 그리고 수십 년에 걸친 정비·유지·보수, MRO까지 묶은 '패키지'를 요구합니다.

무기 거래가 아니라 국가 대 국가의 총력전이 된 겁니다.

"이 총력전을 개별 기업의 체급으로 감당할 수 있느냐"

방산 대형화 논의는 바로 이 질문에서 출발합니다.
 
 
세계는 먼저 움직였다

서두에 소개한 '최후의 만찬'에 그 출발점이 있습니다.

당시 미 국방부의 논리는 명확했습니다.

"줄어든 예산으로 수십 개 업체의 중복 설비와 중복 연구개발을 유지하는 것은 낭비라는 것"

정부는 방향을 제시했고, 시장은 움직였습니다.

51개 회사가 5개로 합쳐지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4년이었습니다.

유럽의 선택도 같았습니다.

프랑스의 아에로스파시알(Aérospatiale), 독일의 DASA(Deutsche AeroSpace AG), 스페인의 CASA(Construcciones Aeronáuticas SA)는 2000년 국경을 넘어 하나의 회사로 합쳐졌습니다.

훗날 에어버스(Airbus SE)로 이름을 바꾸는 EADS(European Aeronautic Defence and Space Company)입니다.

보잉(Boeing)과 맥도넬 더글러스(McDonnell Douglas)가 규모의 경제로 세계 시장을 장악하자, 수백 년 라이벌이던 유럽 국가들이 "뭉치지 않으면 다 죽는다"는 결론에 도달한 결과였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체급 차이는 지금도 압도적입니다.

록히드마틴(Lockheed Martin) 한 개 회사의 연 매출은 700억 달러가 넘습니다.

한국 방산업계 전체가 지난해 수주한 수출액의 4배를 웃도는 규모입니다.

체급 차이는 성적표로 확인됩니다.

지난해 11월, 정비·유지까지 포함해 최대 8조 원 규모로 거론되던 폴란드의 차세대 잠수함 도입 사업, '오르카 프로젝트'에서 한화오션은 스웨덴 사브(Saab)에 밀려 탈락했습니다.

사브의 뒤에는 스웨덴 정부가 있었습니다.

스웨덴은 폴란드 조선소가 잠수함 정비 능력을 갖추도록 투자하고, 폴란드산 무기까지 구매하겠다는 국가 차원의 패키지를 제시했습니다.

앞서 미국에서는 KAI가 록히드마틴과 함께 추진하던 고등훈련기 216대 수출이 무산됐습니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록히드마틴은 미국산 부품 비중을 높이라는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 규제 등을 이유로 입찰 불참을 결정"했고, KAI의 미국 시장 진출도 함께 미뤄졌습니다.

"파트너의 결정 하나에 수십 년 공들인 시장이 닫히는 것"

체급이 부족한 기업이 마주하는 현실입니다.
 
 
한화의 계산법…"하늘에서 우주까지"

그렇다면 한화그룹은 KAI를 품어서 무엇을 하려는 걸까요?

첫 번째 열쇠는 '수직계열화'입니다.

KAI는 KF-21 전투기와 FA-50 경공격기, 수리온 헬기, 위성까지 만드는 국내 유일의 항공기 체계종합 기업입니다.

쉽게 말해 완제품을 조립하는 회사입니다.

한화그룹은 그 완제품에 들어가는 심장과 신경을 만듭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1970년대부터 항공엔진을 만들어왔고, 한화시스템은 KF-21의 눈에 해당하는 AESA(능동위상배열) 레이더와 항공전자를 공급합니다.

여기에 한화오션의 함정, 그리고 누리호 체계종합 기업으로서의 발사체 역량까지 갖추고 있습니다.

두 회사가 합쳐지면 엔진부터 기체, 항공전자, 무장, 정비까지 한 몸으로 움직이는 구조가 됩니다.

이런 구조의 위력은 수출 협상 테이블에서 드러납니다.

기체만 파는 회사는 협상 카드가 하나뿐입니다.

하지만 엔진과 항전, 무장, MRO까지 함께 제안하는 회사는 가격과 성능, 정비 조건을 동시에 조정할 수 있습니다.

앞서 설명한 사브가 폴란드에서 이긴 방식이 정확히 이것이었습니다.

실제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KAI는 이미 움직이고 있습니다.

지난 2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KAI는 첨단 항공엔진 국산화 개발을 첫 항목으로 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했습니다.

KF-21의 심장인 엔진은 아직 미국 GE Aerospace의 제품입니다.

엔진이 국산화되면 수출할 때마다 미국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족쇄가 풀립니다.

그리고 두 번째 열쇠, 이 계산의 종착점은 하늘 너머 우주에 있습니다.

앞서 한화시스템이 지분 매입의 이유로 방산이 아닌 "우주 협력을 앞세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 배경을 보여주는 장면이 있습니다.

지난 3일, 경남 진주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영남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

이 자리에서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2040년까지 우주항공과 국방 인공지능(AI)에 55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독자 발사체 개발, 관측 위성과 저궤도 통신 위성망, 우주 AI 데이터센터 구축까지.

김 부회장은 "우주 주권 확보의 첫 단추는 독자 발사체 개발"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김동관 / 한화그룹 부회장 : 한화가 생각하는 목표는 3가지입니다. 첫째, 우주 주권 확보입니다. 둘째, 자주국방을 위한 국방 AI 역량 구축입니다. 셋째, 영남권을 중심으로 한 대한민국의 우주항공 생태계 완성입니다.]

이재명 대통령도 화답했습니다.

"위성과 발사체, 미래 항공기를 연결하는 '남해안 우주항공 산업벨트'를 본격 구축하고, 영남권 우주항공 기업들이 최상위권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도록 국가 역량을 총동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나라의 명운을 걸고 우주항공 산업을 키워내겠다"는 표현까지 나왔습니다.

[이재명 / 대통령(제5회 국가우주위원회 회의) : 우주 공간이 첨단 기술과 산업 역량을 갖춘 모든 나라에 새롭게 무한한 기회의 무대가 되고 있습니다. 우주항공 분야는 국가가 주도하는 연구와 탐구의 대상에서 이제 자본과 시장이 이끄는 거대한 산업 영역으로 대전환하고 있습니다. 최근 스페이스X가 전 세계의 관심과 주목을 받으면서 상장에 성공했습니다. 우주 항공 산업이 얼마나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잘 보여준다고 생각됩니다.]

한화그룹이 지분 확대를 발표하며 최근 나스닥에 상장한 스페이스X를 언급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글로벌 우주산업은 자본과 규모의 경쟁 체제로 진입했는데, 국내는 민간 자본도 정부 예산도 미미하다"는 겁니다.

이른바 '한국판 스페이스X' 구상, 그 마지막 퍼즐이 KAI라는 계산입니다.

KAI는 중대형 위성 제조에 전문성을 가진 회사이고, 한화그룹은 발사체와 소형 위성, 위성 서비스에 강점이 있습니다.

두 회사가 따로 뛰면 좁은 국내 시장에서 출혈 경쟁이 벌어지고, 함께 뛰면 발사체부터 위성, 항공기까지 이어지는 완결된 우주 생태계가 만들어집니다.

창원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천의 KAI, 거제의 한화오션을 잇는 남해안 벨트는 정부가 그리는 산업 지도와 정확히 겹칩니다.

물론 수직계열화가 만능열쇠는 아닙니다.

세계 1위 록히드마틴도, 보잉도 엔진은 GE Aerospace나 프랫앤휘트니(Pratt & Whitney) 같은 전문 기업에서 조달합니다.

"통합이 곧 경쟁력이라는 등식이 항상 성립하는 것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독점이냐, 국가대표냐

이제 논쟁의 핵심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반대 진영의 우려는 분명합니다.

한화그룹은 이미 대우조선해양, 지금의 한화오션을 인수하며 바다를 확보했습니다.

여기에 하늘의 KAI까지 더해지면 지상과 해양, 공중, 우주가 모두 한 그룹에 집중됩니다.

더 구체적인 우려는 생태계입니다.

KAI의 완제기 플랫폼에 자사의 무장과 장비를 실어야 하는 LIG넥스원, 현대로템 같은 경쟁사 입장에서는 KAI가 한화그룹 계열이 되는 순간 계열사 우선 조달에 밀려 플랫폼 접근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공정위가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당시 경쟁사 차별 금지를 포함한 세 가지 시정조치를 부과했던 이유가 바로 이 지점이었습니다.

▶ 한화·대우조선해양 결합 조건부 승인 : 경쟁사에 제공하는 군함 장비 가격 차별 금지, 경쟁사의 기술정보 요청 부당하게 거절 못 해, 경쟁사에 얻은 군함 관련 영업 비밀 공유 금지

KAI 노동조합은 "한화의 경영 참여 시도를 명백한 경영 개입으로 규정"하고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국책은행 보유 지분을 특정 대기업에 넘기는 데 따르는 특혜 논란도 피하기 어렵습니다.

반면, 인수에 찬성하는 쪽의 반박도 만만치 않습니다.

첫째, 국내 방산시장은 애초에 일반 시장과 다르다는 겁니다.

방산물자의 국내 구매자는 정부 하나뿐이고, 가격은 방위사업법의 원가 관리 체계로 통제됩니다.

"독점 기업이 가격을 마음대로 올리는 일이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논리입니다.

둘째, KAI는 이미 독점 기업이라는 지적입니다.

국내에서 전투기와 헬기를 만드는 회사는 KAI뿐입니다.

방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한화그룹이 인수해도 독점이 새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독점적 위치를 계승하는 것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셋째, 경쟁의 무대가 국내가 아니라는 겁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KAI 모두 수출 비중이 절반을 넘어섰습니다.

"이들의 경쟁 상대는 국내 기업이 아니라 록히드마틴, 라인메탈(Rheinmetall AG), BAE 시스템즈(BAE Systems), 사브 같은 글로벌 공룡들"이라는 주장입니다.

결국, 이 논쟁의 본질은 하나의 질문으로 수렴합니다.

"한국 방산을 국내 시장의 틀로 볼 것인가, 글로벌 경쟁의 틀로 볼 것인가"

다만 두 우려의 무게가 같지는 않습니다.

국내 독점의 폐해는 원가 통제와 정부의 감독권이라는 제도로 관리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반면, 글로벌 체급 경쟁에서 밀려나는 것은 제도로 되돌릴 수 없는 문제입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전쟁에서 살아남은 것은 국내 1, 2위여서가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 대적할 체급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국내 시장의 파이를 누가 갖느냐는 논쟁에 머무는 동안, K-방산의 진짜 경쟁자들은 몸집을 더 키우고 있습니다.

지금 시급한 과제는 "독점의 감시가 아니라 체급의 확보"라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이유입니다.
 
 
 

다시 1993년의 펜타곤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최후의 만찬'에서 미 국방부는 두 가지를 분명히 했습니다.

"방산업계가 지금의 규모로는 생존할 수 없다"는 방향 제시, 그리고 "누가 살아남을지는 정부가 아니라 시장이 정한다"는 원칙.

정부는 판을 깔았고, 기업은 움직였습니다.

지금 한국은 어디쯤 와 있을까요?

기업은 1조 5천억 원을 걸고 움직이고 있고, 정부도 남해안 우주항공 산업벨트라는 산업의 방향을 내놨습니다.

하지만 정작 마지막 퍼즐, KAI의 주인을 정하는 문제에는 아직 침묵하고 있습니다.

KAI의 최대주주는 여전히 국책은행이고, 민영화 절차는 공식화된 것이 없습니다.

한화그룹의 지분 매집이 인수로 이어질지, 2대 주주 지위에 머물지는 전적으로 정부의 결단에 달려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하나입니다.

세계 방산과 우주 재편의 시계는 한국의 논쟁이 끝나기를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미국과 유럽의 공룡들은 30년 전에 몸집을 키웠고, 지금 이 순간에도 전쟁과 우주가 만들어낸 수요를 쓸어 담고 있습니다.

서두른 결정에는 독점이라는 청구서가, 미룬 결정에는 도태라는 청구서가 따라붙습니다.

어느 쪽을 선택하든, 그 청구서는 몇 년 뒤 K-방산과 K-우주의 성적표로 돌아올 것입니다.
 
 

기획·구성 : 김재형(jhkim03@ytn.co.kr)
제작 : 이형근(yihan3054@ytn.co.kr)
참고 자료 : 금융감독원, 산업연구원,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 미국 국방부, 로이터, 미국 공영 라디오 NPR, 디펜스 뉴스, 중앙일보, 부산일보, 한화그룹
영상 제공: 한화그룹
 
 
YTN digital 김재형 (jhkim03@ytn.co.kr)
YTN digital 이형근 (yihan3054@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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